증권
델타, 한진칼 지분 또 매집…`15%` 채울까
입력 2020-02-27 17:40  | 수정 2020-02-27 19:49
◆ 레이더 M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율 15%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등 매각 작업에 공식 착수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주주연합 측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주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부터 이날까지 3영업일간 한진칼 거래 증권사 중 외국계 골드만삭스 창구에서만 매수 주문 총 108만2242주(지분율 1.83%)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이날 한진칼 종가 6만5000원 기준 총 703억원 규모다.
미국 델타항공은 20~21일 이틀간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1% 규모 한진칼 지분 매수 주문이 나온 직후 공시를 통해 한진칼 보유 지분이 기존 10%에서 11%로 1%포인트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6개월간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10만주 이상 대규모 한진칼 매수세가 나온 경우는 델타항공 외엔 전무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델타항공이 매수한 것으로 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델타항공이 '티 나게' 한진칼 지분을, 그것도 고평가된 주가에 사들인다는 점이다. 한진칼 주가는 델타항공이 지분 매집을 재개한 20일 4만9450원에서 이날 6만5000원으로 31.45%나 급등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주사 전환 이후 사상 최고치다. 반면 한진칼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 주가는 이날 지주사 전환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한 2만2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만큼 한진칼 주가가 고평가된 것을 뜻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주가 수준에 개의치 않고 거래 창구라는 패까지 보여주며 산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주연합 측에 추가 지분율 경쟁에 나서지 말라는 '공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그럼에도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우선 한진칼 지분율 15%를 넘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에 따라 인위적인 시장지배력이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기업결합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율을 기준 지분율인 15% 이상 취득할 경우 이에 따른 독과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항공법은 외국인 투자자가 항공사 등 기간운송산업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배회사인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항공법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날 외국인 보유 한진칼 지분율은 15.09%다.
델타항공 지분 매집이 이어지며 이날 기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08%를 넘어서게 됐다. 주주연합 측 지분율 37.62%와의 격차는 3.46%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이 같은 지분율 격차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와는 무관하다. 올해 정기 주총 의결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의 지원사격 속에 한진그룹은 주주 표심 잡기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한진그룹은 서울 송현동 토지 및 건물, 왕산레저개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 및 건물 등을 매각하기 위해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매각 자문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제안요청서는 부동산컨설팅사, 회계법인,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중개법인 등 12개사에 발송됐다. 한진그룹은 다음달 24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주간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유휴자산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인천 소재 그랜드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구조 개편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