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EO의 투자 한수]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다시 눈길
입력 2020-02-27 17:27  | 수정 2020-02-28 10:01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유행어(buzz word)가 된지도 여러해가 지났다. 중위험도, 중수익도 모두 정의하기 애매하지만, 대체로 시중 단기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며 주식보다는 위험이 적은 상품을 뜻한다. 이것의 유행은 서브프라임 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과잉유동성에 따른 저금리 기조와 관련이 크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회피가 가능한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2퍼센트 이하의 낮은 이자율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경제위기에 대한 기억과 갑작스러운 악재에 따른 과도한 위험은 피하고 싶은 투자가들이 채권과 주식 사이의 중간지대를 찾고있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2퍼센트 이하의 낮은 이자율에서 주식도 8퍼센트의 연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중위험 중수익은 3~6퍼센트의 수익을 주식보다는 낮은 위험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낮은 이자율 하에서 그 정도의 수익을 만들어 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변동성이나 신용위험, 비유동성 위험 등을 끌어다 쓸 수 밖에 없는데, 어떤 위험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품군이 달라지게 된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주식 채권의 혼합형 펀드이다. 국공채에 투자적격 및 하이일드 회사채를 버무려 평균 신용을 투자적격으로 만드는 채권형 상품도 있다.
그 외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번째로 저변동성주식 투자 펀드를 들 수 있다. 저변동성주식은 말 그대로 변동성이 낮은 주식으로 시장 변화 대비 낮은 주가 변화 움직임을 보이는 주식을 말한다. 여러 나라의 저변동성주식에 분산투자 하면 위험을 더욱 분산할 수 있고, 아시아 시장의 성장성을 향유하고 싶다면 아시아의 저변동성 주식에, 선진 시장의 안정성에 매력을 느낀다면 선진 시장의 저변동성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하락 위험도 적극 관리하는 상품들이 있다. 자산의 상당부분은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으로 '변동성'과 같은 리스크 요소를 활용해 수익을 적극 창출하며 전체 투자의 위험은 리스크 버지팅(risk budgeting) 등으로 관리하는 전략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 ETF에 투자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 전략도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만드는데 활용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 중위험의 여러 ETF에 분산 투자하거나 위험자산 및 안전자산 ETF에 적절히 배분하여 상대적 저비용으로 중위험 상품을 제공한다. 국내 EMP펀드 규모는 설정액 기준 4,000억 규모(2020년 2월 10일 기준)로 2017년말의 약 1,300억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많이 이해하고 있는 ELS나 DLS는 위에서 언급한 상품들과 전혀 다른 리스크를 쓰는 상품이다. 일단 원하는 수익률을 확정하고 그 댓가로 투자가가 보험업자처럼 보험지급의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 즉 어떤 이벤트 또는 트리거가 발생하면 투자가가 자기원금으로 손실을 보상해 준다. 수익률을 지금 확정한 댓가가 미래에 있을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면, 이를 중위험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중위험 중수익 투자 전략은 쓸 수 있는 리스크 종류가 많고 이를 재단하는 방법도 다양하므로 하나의 전략으로 단순화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품이 시장에 존재한다. 이미 주식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투자가들은 전체 리스크의 수준을 낮추기 위해, 은행적금 등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투자가들은 투자수익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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