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시국에…질본 1339에 욕설·장난전화
입력 2020-02-27 16:52  | 수정 2020-02-27 16:58

"질병관리본부 상담원입니다." "제가 지금 기침하고 열이 있어 가지고요. 이 XX XX야. 여보세요?"(유튜버 A씨)
수화기 넘어 들려온 갑작스런 욕설에 당황한 상담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 상담원의 침묵이 이어지자 장난전화를 건 A씨는 "죄송합니다. 제가 말끝마다 욕을 좀 하는 '틱 장애'가 있어서 이해를 부탁드립니다"는 말을 한 후 한 차례의 욕설을 더 내뱉었다. 상담원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장난전화를 마친 A씨는 "제가 봤을 땐 이거 (경찰에)잡혀갈 것 같다. 제가 준비를 하고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며 장난 전화를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콜센터 1339로 밀려드는 상담전화 응대로 상담원들의 고충이 큰데 이들을 맥빠지게 하는 장난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1339 통화를 간절히 원하는 선량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질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 본격화된 지난달 28일 이후 상담요청 건은 일평균 1만5000건에 달한다. 평소 300~400통이었던 상담 전화가 코로나19로 50배 가까이 폭증했다. 확진자가 대규모로 늘어나는 날이면 1339로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 2만건을 넘기기도 한다. 1339는 밀려드는 상담 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인력을 충원했다. 현재 600여명의 상담원들이 근무 중이다.
긴급을 요하는 전화도 있지만 욕설을 내뱉는 등 장난전화도 적지 않다. 매일 사투를 벌이는 상담원들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걸려오는 불쾌한 장난 전화에 맥이 탁 풀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유튜버 A씨 사례가 상담원들의 사기를 꺾는 대표적인 경우다. A씨는 26일 영상의 파장이 심상치 않자 27일 올린 사과 영상에서 "어제 장난전화는 술을 먹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한 것 같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반성하겠다. 죄송하다"면서도 "죄송하다고 했으면 그만해라. 내가 사람을 때리거나 죽인 것은 아니다"고 '적반하장'식의 반응을 보였다.

A씨의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그의 치기어린 행동을 비판했다. 실제 A씨 유튜버 영상에는 '코로나19로 콜센터 상담원들이 힘든 와중에 이런 장난을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선을 넘는 행위다. 반성해야 한다' 등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국민신문고 등에 A씨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해당 민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의거해 허위·조작 등을 통해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장난전화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엔 한 20대가 119로 전화를 걸어 "중국에 다녀왔는데 코로나19에 걸린 것 같다"며 허위 신고를 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상담원 연결 후 "진짜 되네"하고 끊거나 상담 후 "뻥이다"라고 허위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1339의 특성상 심야 시간에 술에 취한 채로 전화를 걸어 상담원을 괴롭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인이 옆에서 지나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신천지가 나쁜 거냐"는 등 콜센터 운영 취지와 맞지 않은 전화도 많이 와 상담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질본 측은 코로나19 시국이 심각한 가운데 장난전화가 이어지는 건 무척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질본 관계자는 "허위신고나 장난전화를 하면 반드시 필요한 상담을 놓치게 되고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며 사실상 사회적 재난 상황인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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