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약국·중식당도 "신천지교회와 전혀 관련 없다"…`신천지` 상호 가게들 울상
입력 2020-02-27 14:42  | 수정 2020-02-27 16:21

26일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소재 '21세기 신천지약국'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구매하러 왔다가 약국 내 비치된 재고가 없어 돌아간 고객을 제외하곤 30분 동안 1명이 약국을 들렀다. 약국을 운영하는 강성규 씨(74)는 "약국은 이만희 교주가 신천지를 만들기 전인 1970년에 이 자리에 생겼고 신천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예전에는 지명따라서 많이 작명을 했고 좋은 의미라고 생각해서 짓게 된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원래 '신천지약국'을 운영하던 강씨는 지난 2000년부터 '21세기'라는 이름을 그 앞에 붙였다. 강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평상시보다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 중 다수 확진자가 나온 이후 물량을 구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주목받으면서 '신천지'라는 상호를 가진 가게들이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점주들은 '신천지 교회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신천지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천지 상호를 가진 약국, 중식당 등은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나 둘 의혹 대상으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당명이 신천지의 한글 표기와 같아 논란이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 중구 방산시장에서 '신천지지업사'를 운영하는 김교선 씨(59)도 오해의 대상이 됐다. 김씨는 가게 이름이 신천지교회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손사레를 쳤다. 김씨는 "과거 모시던 사장님이 운영하던 가게 이름이 천지지업사였는데, 2006년부터 내가 운영하면서 '신(新)'을 붙인 것"이라고 전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씨는 관련 의혹을 받을 때마다 방산지부 교주라고 우스갯소리로 받아넘기기도 했지만 요즘은 속이 쓰리다. 평소 하루 손님이 100명에서 130명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줄어서 60명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저희 업소는 신천지교회하고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란 문구가 담긴 전단지를 배포한 사실이 인터넷 상에 알려져 화제가 된 가게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의 중식당 '신천지'가 그 대상이다. 다만 해당 전단지는 지난해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작명소에 문의해 이름을 짓게 됐고 신천지 교회와 상관도 없는데 그런 문의가 많이 와 피해가 있어 전단지를 인터넷에 올려놓은 것"이며 "최근에도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전화가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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