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오창석 마라톤 대표팀 코치 "오주한 도쿄 금사냥으로 마라톤 일으켜 세우겠다"
입력 2020-02-27 09:19  | 수정 2020-04-23 16:00
오창석(왼쪽)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코치가 엘도렛 종합대학교 트랙에서 훈련을 마친 귀화마라토너 오주한과 포즈를 취하고있다. 사진=오창석 코치 제공
제2의 정봉수감독 꿈꾸는 오창석 남자마라톤 코치 인터뷰
한국남자마라톤, 1990년대 황금기 되찾았으면…
귀화선수 오주한, 도쿄올림픽 마라톤 우승이 목표
직장에 휴직계 내고 케냐 현지에서 구슬땀

[MK스포츠] 2020 도쿄올림픽이 황영조와 이봉주가 구가했던 1990년대의 한국남자 마라톤 전성기를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섯 달 뒤 열릴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 대비, 케냐에서 훈련 중인 귀화선수 오주한(32·케냐명·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청양군청)을 지도하기 위해 현지에서 땀 흘리고 있는 오창석 마라톤 국가대표 코치(58·백석대 운동생리학 교수)의 각오다. 지난 2월 1일 백석대학교에 7개월 휴직신청을 내고 케냐에 간 그는 28년 전 코오롱의 정봉수감독(2001년 작고)님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를 ‘몬주익의 영웅으로 키워냈듯 8월 9일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오주한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2월 21일 케냐의 오코치와 국제전화로 나눈 일문일답.
오주한, 세계기록 보유자 킵초게등과 훈련
- 이역만리 먼 땅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훈련장소가 케냐 어디쯤 됩니까?
▲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항공편으로 40분 거리인 엘도렛의 캅타갓입니다. 요즘 오전 평균기온이 섭씨 15도인데다 해발 2300~2800m의 고지대여서 마라톤 훈련장소로는 매우 좋습니다. 고지훈련은 심폐지구력의 증가로 선수들의 최대산소 섭취능력이 향상되고, 적혈구의 크기는 작아져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젖산 내성능력으로 피로회복 속도가 빨라지지요. ‘마라톤 성지로 불리는 이곳에서 케냐 선수는 물론 많은 유럽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 케냐는 에티오피아와 함께 마라톤 강국인데 세계적인 선수도 같이 훈련하나요?
▲ 물론입니다. 현재 캅타갓에는 2시간1분39초의 세계기록보유자로 네덜란드‘글로벌스포츠소속인 엘리우드 킵초게(36)를 비롯해 케냐 대표급 마라토너들과 함께 엘도렛대학 운동장이나 곳곳의 산악코스에서 각자의 스케쥴에 따라 훈련하고 있습니다. 훈련 코스가 모두 흙길이어서 포장도로보다는 부상 위험이 훨씬 적습니다.”
오코치는 킵초게가 4월 19일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전년도 우승자 자격으로 50만달러 이상의 출전료를 받고 참가한다”며 킵초게의 런던마라톤 참가가 도쿄올림픽 마라톤 기록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런던마라톤을 뛴 뒤 3개월 20일 만에 도쿄올림픽을 뛸 경우 최상의 컨디션 유지가 어려워 오히려 오주한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
스피드·지구력 보강 치중…현재 몸 상태 85%
-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거둔 성과가 있다면...
▲ 매주 화 목 토, 주 3회 강도 있는 훈련을 하고 있으며 화, 목은 인터벌과 파트랙훈련으로 스피드를 향상시키고 토요일에는 30km, 35km, 40km를 평지와 오르막코스에서 번갈아 뛰고 있습니다. 페이스는 초반 10km는 매 5km를 18분대, 다음 10km 이후는 매 5km를 17분대, 마지막 10km는 매 5km를 16분대로 속도를 조금씩 높여갑니다. 2018년 당한 아킬레스건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훈련 강도를 조절해 오주한의 몸 상태를 전성기의 85%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체중 감량도 꾸준히 시도해 최근 64kg까지 줄였는데 앞으로 1kg을 더 뺄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오주한의 당면 과제는 기록 향상보다는 부상없이 전성기 최고기록(2시간5분13초)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오주한이 작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6분대 기록으로 우승도 가능했지만 부상을 무릅쓰고 무리한 레이스를 벌이는 것보다 안전하게 올림픽 참가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아래 종반 추월 등 무모한 도전을 자제했었습니다.”
오코치는 오주한이 당시 2시간8분42초로 2위에 그쳐 2016년 자신의 최고기록에 3분 이상 뒤졌지만 3월의 서울국제마라톤을 뛴 뒤 4월부터 강훈에 들어가면 100% 전성기의 컨디션을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대회는 훈련 과정…올림픽에 사활건다
케냐 선수들과 함께 엘도렛종합대학교 트랙을 달리고 있는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오른쪽 2번째). 사진=오창석 코치 제공
- 2020 도쿄올림픽 마라톤이 5개월 정도 남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 3월 22일 열릴 서울국제마라톤은 그동안의 훈련 성과를 점검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2시간 7, 8분대 완주를 목표로 할 것입니다. 우승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어 4월에는 삿포로 올림픽 코스를 답사한 다음 케냐에서 4개월간 강도 높은 마무리 훈련으로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어 결전에 임하겠습니다. 올림픽 본선 레이스는 무더위 때문에 기록보다는 순위싸움이 될 것입니다. 우승기록은 2시간 8, 9분대가 예상되는데 오주한이 생애 마지막 마라톤이라는 각오 아래 사활을 건다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오코치는 오주한은 귀화 전인 2016년에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킵초게와 35km씩 달리는 합동훈련을 하면서 기량을 겨뤘는데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부상만 없으면 무덥고 메마른 케냐 북부 트루카나 출신으로 더위에 강한 오주한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당초 도쿄시내를 관통할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 마라톤은 작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섭씨 40도의 폭염을 피해 삿포로로 장소를 변경했으나 레이스 당일 최고기온은 섭씨 35도 안팎이 예상돼 어떻게 무더위를 이기느냐가 승부의 변수다. 배호원 대한육상연맹 회장과 김돈곤 청양군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있는 오코치는오주한이 도쿄올림픽에서 정상에 올라 한국마라톤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황영조와 이봉주(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를 길러낸 정봉수감독님처럼 한국마라톤을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웠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