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단 사고 보자"…코로나19 여파에 생필품 '사재기'
입력 2020-02-26 12:55  | 수정 2020-03-04 13:05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양모 씨는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 장보기로 생필품을 수시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로 외출을 삼가고 있지만 온라인몰에서 품절됐거나 배송이 너무 늦어지면 대형마트에 직접 가서라도 생필품을 사놔야 안심이 되서입니다.

양씨는 "두 아이까지 집에서 온 종일 보육을 하다보니 먹을 것이 떨어지면 불안하다"며 "맘카페에서 본 생필품 목록을 보면서 집에 (생필품을) 쟁여놓는 게 일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도에서 사는 이모씨는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최근 틈틈이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미리 사 놓습니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역시 빼놓지 않습니다. 이씨는 "출산 후 가장 필요한 건 아이 기저귀와 분유일 것"이라며 "그런데 6~700원 하던 마스크값이 4~5000원으로 폭등한 걸 보면서 기저귀나 생필품 값도 폭등할 것 같아 미리미리 구매해 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로 일부 지역에선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후 이미 가격이 치솟은 마스크와 손소독제 사례를 보며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놔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팽배해서입니다.

일례로 온라인상 유명 커뮤니티나 블로그, 카페 등에는 지난 22~23일 주말을 지난 후부터 '코로나 생필품' 혹은 '코로나 생필품 사재기 목록' , '코로나19 대비 생필품 목록' 등의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글 내용은 코로나19 확산세나 장기전을 우려하며 생필품 목록을 공유, 이러한 생필품이라도 미리 사놔야 안심이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마침 해당 주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매달 둘째주와 넷째주)로 생필품을 미처 구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사연들도 눈에 띕니다.


사놔야 할 품목으로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을 시작으로 쌀, 즉석밥, 라면, 계란, 두부, 생수 등 식료품을 비롯해 유통기한을 넉넉히 두고 먹을 수 있는 스팸과 같은 통조림 식품,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멸균우유와 두유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화장지와 기저귀, 여성 위생용품도 포함됩니다.

생필품 사재기 품목 관련 글들이 온라인 상에서 늘어남과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마트나 슈퍼에선 마스크에 이어 정육·육가공 식품·유제품·빵·라면 등이 빠르게 동이 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대량 구매의 상징인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는 이미 일부 점포에서 공급이 달리는 라텍스 장갑, 쌀, 볶음밥류 등의 판매를 1인당 1상자로 제한했으며 라면의 경우 회원에게만 1인당 하루 2상자를 판매키로 했습니다.

코스트코 관계자는 "매대가 빌 때마다 빠르게 상품을 진열하고 있지만 더 빠른 속도로 구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마트들 역시 이례적으로 손님들이 몰리며 생필품 위주로 매출 증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9일∼어제(25일) 기준으로 통조림(75.6%), 라면(55.5%), 쌀(55.4%), 생수(37.5%), 즉석밥(36.9%) 등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뚜렷이 늘었습니다.

아예 외출을 꺼려하는 소비자들 사이 온라인 몰에서는 마스크에 이어 생필품 주문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역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라면이나 통조림, 간편식 위주로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이틀간 라면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4% 증가했고, 통조림·캔 판매량은 393%, 즉석밥도 383% 늘었습니다.

주부 양씨는 "자고 일어나면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 수에 눈뜨기가 겁날 정도"라며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사재기가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불안한 마음에 생필품을 일단 사고 본다"고 토로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필품 구매 러시로 인해 재고량이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필품 사재기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날 수 있어 수급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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