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광물자원公 캥거루본드 발행 연기
입력 2020-02-25 20:03  | 수정 2020-02-25 21:49
한국광물자원공사 [연합뉴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호주달러로 발행되는 외화채권(캥거루본드)의 발행을 미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채권시장 상황을 고려한 행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이날부터 예정된 캥거루본드의 수요예측 절차를 밟지 않았다. 내부 합의를 거쳐 자금조달 시점을 다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이 외화채권을 발행하려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와 협의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기업의 조달 계획과 일정을 살펴본 이후 발행시기(윈도우)를 확정짓는다. 최소한의 논의 기간을 감안하면 광물자원공사의 수요예측은 한 달 가량 미뤄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BNP파리바, JP모건을 주간사단으로 뽑은 뒤 캥거루본드 발행을 준비했다. 발행금액은 최대 3억호주달러(약 2400억원) 수준을 고려했었다. 오는 4월 만기 예정인 3억 5000만달러(약 4200억원) 어치의 외화채를 상환하기 위해서였다. 광물자원공사는 만기 물량 중 일부가 호주달러인 점을 감안해 같은 통화의 채권을 발행하려 했다.

시장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이번주 발행한도(윈도우)를 받고 수요예측 타이밍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차후에 사이즈를 줄여 비교적 덜 민감한 호주 투자자 위주로 모집을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물자원공사가 발행을 미룬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한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닷새 사이 급증해 홍콩, 싱가포르 뿐 아니라 호주 현지 기관투자자까지 청약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호주는 지난 23일 대구와 청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두 번째로 높은 3단계로 올렸으며, 두 지역 이외 한국에 대한 경보도 1단계에서 2단계로 조정했다. 미국과 대만, 캐나다 못지않게 한국 상황을 심각해 여기고 있는 것이다.
광물자원공사는 2016년 이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6월 말 기준 공사의 총차입금은 6조1871억원으로 자산(4조1739억원)보다 많다. 파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2년 전 외화채 발행 때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정부지원공문(레터)을 따로 받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광해관리공단과의 합병으로 공사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선 원화채 발행한도를 모두 소진한 탓에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에 기대고 있다.
시장에서 외화 조달이 가장 필요한 공공기관으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회사의 장기 신용등급을 각각 'A1, A로 평정하고 있다. 국책은행과 공공기관의 신용도가 대한민국 정부(AA)와 동일하게 여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공사의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금융시장이 무척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발행여부와 시기를 좀 더 검토하자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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