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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라운지] 벽 허문 회의실, 임원들 `토요 수다`…달라진 신한銀
입력 2020-02-25 17:42  | 수정 2020-02-25 20:14
신한은행 임원진이 보수적인 업무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새로운 소통 실험에 나섰다. 수직적인 문화에서 수평적인 문화로 바꾸려는 것이 핵심이다.
25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 주도로 '모토(모여라 토요일)'라고 이름 붙여진 자율 모임이 이달 초·중순 두 차례 열렸다. 이 모임은 진 행장이 본부장 이상 임원진 70여 명을 모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든 뒤 직접 기획했다. 자율적으로 선착순 20명에게 신청을 받아 모이는 형식이다. 앞선 두 차례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토요일 오전 서울 신한은행 본점 내부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나 3시간가량 자유롭게 일상과 업무 이야기를 나눴고, 설렁탕으로 점심을 먹은 뒤 헤어졌다고 한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본부장은 "행장과 고위 임원들이 모였지만 긴장감 없이 '4050 수다' 콘셉트로 진행돼 재미있었다"며 "행장 등 고위 임원에게 경영 철학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이색적이었다"고 평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에는 참가 경쟁률도 치열해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당초 이번주 토요일로 예정됐던 세 번째 모임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연기됐다.
일선 업무 환경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리테일 업무 관련 부서가 모여 있는 7층은 벽으로 막혀 있던 회의실 자리에 커피전문점을 연상케 하는 공용 라운지 테이블과 소파가 들어섰다. 18층 글로벌사업그룹도 담당 부행장실을 두 공간으로 쪼개 더 큰 방을 직원들이 드나들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한 부행장은 "최근 은행권 불완전 판매 원인 중 하나가 '특정 상품을 많이 팔라'는 윗선의 일방적인 지시 때문이라는 지적이 뼈아팠다"며 "고객 중심 영업을 위해 제도 개선뿐 아니라 수평적 문화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올해 실적 목표치를 이례적으로 낮춰 잡은 것도 조직 문화 변화를 더 큰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와 경기 부진 같은 대외적 상황도 녹록지 않지만 실적 경쟁에서 한발 떨어져 업무 환경을 '고객 중심'으로 뜯어고치기 위한 결단이란 것이다. 한 임원은 "변해야 할 시점에 제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며 "올해 신한은행 임원진의 최대 목표는 '보수적 문화 타파'"라고 강조했다.
최근 진 행장이 '고객 중심' 경영을 위한 조건으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부행장은 "직원들이 안정감을 피부로 느껴야 고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안정감을 주려면 조직원들이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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