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마스크 2만개 줬는데"…中웨이하이 "韓입국자 전원격리" 뒤통수
입력 2020-02-25 16:33 
한국인 관광객들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 19 '청정' 타이틀을 얻겠다고 전 승객을 모조리 격리하는 건 검역권 남용이다."
25일 오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 공항당국이 한국인 승객 19명을 포함해 총 167명의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을 모조리 강제격리했다는 보도가 터져나오자 국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항 당국은 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검역 절차를 진행하고, 지정된 웨이하이 시내 호텔에 14일 간 이들을 격리키로 했다.
전체 승객 중 한국인 비율이 11%에 불과하지만 시 항공당국의 조처는 중국 전역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을 타깃으로 한 강제격리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현재 웨이하이시에 12일간 추가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이틀 뒤면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선포할 수 있다"면서 "시 정부 측이 지역 경제를 위해 이번 조처를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 국내 여론을 더욱 들끓게 하고 있다.
웨이하이시는 우한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9일 한국 인천광역시에 공문을 보내 "웨이하이시 내 감염 확산에 필요한 마스크와 보호안경 등 방역물품을 보내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은혜에 대한 답례는 고사하고 역으로 중국에서 가장 먼저 한국민들을 상대로 강제 격리에 나섰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배경이다.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 씨(32)는 "당시 인천시가 웨이하이는 물론 다른 도시에도 다양한 방역물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 호주머니에서 나간 세금이 어려운 중국 도시를 돕는 데 쓰여서 당시에는 보람이 느껴졌는데 막상 오늘 뉴스를 접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확인 결과 당시 인천시는 충칭, 톈진, 단둥, 칭다오 등 자매·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내 15개 도시에 마스크 24만개, 보호안경 2만1000개를 순차적으로 보냈다. 바로 그 첫 시작으로 충칭에 마스크 3만개, 웨이하이에 2만개의 마스크를 지원한 것이다.
2015년 메르스 확산 사태 당시에도 중국 내에서 칭다오시, 웨이하이시 등 산둥성 공항 당국이 한국발 항공기내 메르스 의심자를 탑승하지 못하게 하는 등 다른 성에 비해 유독 강도 높은 검역 조치를 적용해 논란을 산 바 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강제 격리 건과 관련해 주(駐)칭다오총영사관 관계자들이 한국인 승객들과 함께 지정 격리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영사관 등은 2∼3일이 지난 뒤 격리 조치를 간소화하도록 웨이하이시 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재철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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