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 한국인 관광객 귀국…"3년간 적금 부어 간 성지순례 아쉽다"
입력 2020-02-25 13:43  | 수정 2020-02-25 14:58
인천공항 마스크 행렬 [사진 = 연합뉴스]

"많은 준비를 하고 떠난 여행이라 아쉽네요.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 조치는 이해합니다."
이스라엘에 체류중인 한국인 관광객 1000여명중 420명이 25일 이스라엘 정부가 제공한 2대의 전세기에 나눠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속속 귀국했다.
한국인 221명을 태운 이스라엘 1차 전세기(LY063)는 이날 오전 9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49번 게이트에 접현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오랜 비행으로 지친 모습이었지만 게이트 입구에서 검역소 직원 10명이 나눠주는 '건강상태질문서'를 받아 꼼꼼히 작성했다.
검역소 직원들은 질문서에 기재된 14개 항목중 주소와 이름, 휴대폰 번호, 최근 21일 동안의 증상을 반드시 적어줄 것을 당부했다.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한 승객들은 발열감지기를 통과한 뒤 F입국심사대로 안내됐다. F심사대는 중국인 전용 심사대 승객을 위해 만든 특별심사구역이다.
인천공항 검역소와 출입국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코로나 청정국가라 이곳에서 입국한 승객들은 일반인과 같은 입국 수속을 밟는다"면서 "F심사구역은 49번 게이트와 가장 가까워 배정이 됐다"고 밝혔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코로나 유증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스라엘 정부의 한국인 송환조치로 다시 한국 땅을 밟은 승객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같은 교회 신도 27명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났다는 윤모씨(63·전북)는 "3년 전부터 적금을 들며 성지순례를 준비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아쉽지만 건강해 돌아왔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함께간 교인들과 지난 21일 이스라엘로 출국해 요르단까지 성지순례를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현지에서 하루 여행을 한 뒤 귀국했다.
윤씨는 "현지 체류 당시 이스라엘 정부의 부당한 조치는 없었으며, 이스라엘 한국대사(서동구)와 대사관 직원들이 공항(벤구리온국제공항)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상황설명을 해줘 큰 불편은 없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어린 자녀 1명과 성지순례를 떠난 한 젊은 부부는 "이스라엘 한국 대사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 현지 검역관으로부터 체온 등 건강상태를 확인했다"면서 "건강상 특별한 이상이 발견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송환 조치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나라도 배울건 배워야 한다"는 승객도 많았다.
노모, 자녀와 함께 요르단·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떠난 김모씨(52.서울)는 "요르단 일정을 마치고 이스라엘에서 3~4일 여행하려던중 가이드로부터 일정이 취소됐다는 카톡을 받고 이틀 동안 호텔에 머물며 도시락을 먹었다"면서 "우리는 불편했지만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이스라엘의 단호한 조치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려 했는데 위약금이 너무 많아 그대로 진행했다"면서 "이스라엘은 청정지역이라 안심했는데 역으로 한국 때문에 발이 묶일지는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승객은 "여행이 중단돼 아쉽지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우리나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체류중인 나머지 한국인의 귀국일정에 대해 외교부는 "이스라엘 정부와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영종도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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