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와중에 美국방 "한국, 방위비 더 분담"…3월 연합훈련 연기 검토
입력 2020-02-25 13:30 
미국을 방문 중인 정경두 한국 국장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한미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담을 열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논의했으나 시각차를 재확인했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세계적 경제강국인 한국은 방위 비용을 더 분담할 능력이 있고 그래야만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미국에게 최우선 과제"라고 거듭 압박했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은 "에스퍼 장관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 상호 윈윈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타결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생각하고 협상하고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대폭 인상과는 아직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각자 입장을 내세우며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4월부터 무급휴직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서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에스퍼 장관은 "3월 말까지 합의에 도달하기 바란다"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4월 1일부터 무급휴직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 장관은 "주한미군 예산에서 집행하거나 인건비 먼저 타결하는 방안을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양국 인식차가 큰 부분은 총액이지 항목 신설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기 타결이 안되더라도 무급휴직 상황은 막기 위해 조건부로 인건비만 전년 수준으로 타결하고 그 다음에 지속적으로 협상하는 방안도 미측에 제시한 상태"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이 당국자는 에스퍼 장관이 방위비 문제를 강하게 압박해 회담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안보에 충분히 기여하고 조속히 타결돼야 한다는 기본적 내용이었다"며 "특별하게 세게 말하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인건비 선타결 제안에 대해서는 에스퍼 장관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 국방장관은 양국이 3월 9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연합지휘소훈련을 축소 또는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사태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충분히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초까지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훈련 자체가 무기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한반도내 사드 재배치를 계획 중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에스퍼 장관이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한반도에서 사드를 재배치할 계획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지상 병참선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30개월간 지상으로 병참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이 옳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는 반대 단체들의 시위로 인해 아직까지 헬리콥터를 통해 물자가 공급되고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이 지상 병참선을 구축하기로 결정할 경우 반대 단체들과의 또 한번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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