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방기자의 호텔24시] 코로나19 위기 호텔 구조조정 빌미되나
입력 2020-02-25 11:37  | 수정 2020-02-25 11:51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전후로 호텔들은 식음료 업장을 중심으로 반등의 기미가 보였다. "졸업 시즌이어서 그런지 간만에 줄서서 먹는 뷔페 구경을 했다"는 호텔 직원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호텔 관계자들이 전한 회복의 기미는 '신천지 사태'를 맞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린다. 호텔업계는 말할 것이 없다. 객실 예약 취소율이 급증한 것은 물론, 신규 예약은 제로에 가깝다.
한 달을 벌어 한 달을 넘기는 중소형 호텔일수록 벼랑 끝에 몰린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객실 매출과 중국인 숙박 비중이 높은 3성급 호텔들의 경우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관련 부서에선 매일같이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만 답을 찾기가 어렵다.
호텔 경영진들은 급감하는 매출표를 보며 결국 내부살림 줄이기에 나선다. 이때 쉽게 꺼내드는 카드가 직원들의 '무급 휴가'다. 이미 메르스와 사스 때도 호텔 직원들 사이 무급 휴가는 이뤄져 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무급 휴가 얘기가 들려온다. 업계 맏형 격인 롯데호텔에서부터다. 롯데호텔은 오는 4월까지 직원들에게 일주일간 무급휴가를 권장키로 했다. 임원들은 3개월간 급여 10%를 반납한다.
롯데호텔 뿐 아니다. 호텔별로 쉬쉬하고 있지만 무급 휴가를 포함한 내부 경비 감축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무급 휴가의 명목상 이유는 '고통 분담'. 하지만 이를 둘러싼 호텔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 입장 차가 커 문제다.
'무급 휴가라도' 보내야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고비를 넘긴다는 경영진과 '무급 휴가라니' 당장 생활비가 막막하다는 직원들 사이 좁혀지지 않은 간극이다.
호텔업계에선 사실상 한 달 이상의 무급 휴가는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호텔 공용공간 청소나 하우스키핑, 레스토랑과 연회장 서버 담당자 등 비정규직이 많은 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에게 무급 휴가는 권고 사직이나 다름 없다. 이들 인력을 관리하는 호텔 외주업체들 역시 코로나19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서비스 인력들은 한 달 이상 쉰 후 호텔에서 다시 부른다는 보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무급 휴가 기간 직장을 관두거나 다른 호텔로 이직 자리를 알아본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무급 휴가 기간 관두는 직원이 생기면 호텔로선 인건비를 줄이고, 결국 자연스럽게 인력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일각에서 호텔 직원들의 무급 휴가를 두고 고통 분담보다는 일방적인 고통 전가로,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이미 일본 불매운동으로 수요 급감을 겪은데 이어 코로나19로 또 한번 위기를 맞은 국내의 많은 여행업체에서는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나 권고 사직에 나섰다. 홍콩 호텔들의 경우 코로나19로 객실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자 인력 조정을 하며 무급 휴가는 물론 정리 해고를 단행하는 곳마저 속출하고 있다.
국내 호텔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속 경영 악화 정도가 메르스 때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내내 이어질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인력 감축 등의 얘기가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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