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헤어드라이기로 바이러스 소독?`…코로나처럼 창궐하는 황당 가짜뉴스
입력 2020-02-25 11:33  | 수정 2020-02-25 11:48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어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가짜뉴스로 영업에 큰 피해를 입어 사법당국에 신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에는 춘해보건대학교 총장 명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작성자는 이 글에서 "확실하고 간단한 소독법을 알려드리겠다"며 "열에 약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온도가 30도만 돼도 활동이 약해지거나 죽는다"고 했다. 이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라"며 "헤어드라이어는 온도가 70도에서 8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외출 후 신경 쓰이는 옷이나 물품을 드라이어로 쐬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게시 글은 가짜였다. 춘해보건대는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총장 명의를 도용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예방수칙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글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며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24일 오전 대구시 정례브리핑에서 서구보건소 소속 감염예방의학팀장 A씨(58)가 신천지 신자이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그와 접촉한 100여명의 의사들이 호텔 격리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그러나 A씨는 파견 전공의와 접한 적이 없으며, 대구시 발표대로 A씨가 서구보건소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 50여 명만 자가격리 중인 것이 확인됐다.

신천지 신자들이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길거리에 활보하고 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도 하나의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같은날 SNS에는 부산 한 빵집으로 추정되는 매장에서 보호복을 입은 세 사람을 앞에 두고 한 여성이 왼손으로 브이 자를 만든 사진이 퍼졌다. 사진에는 '부산 ㅇㅇ구에서 나온 확진자, 병원에서 입원하라고 했는데도 싫다고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빵집에서 붙잡혔는데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고 있다가 사진으로 찍힘' 등의 설명이 적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해당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또 해당 빵집 업주는 "사진 속 여성은 지난주 금요일에 왔던 손님인데 공황장애가 있는 것 같아 119로 신고가 들어갔다"며 "갑자기 보호복을 입은 사람이 와서 황당했는데 코로나19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고 관련 공문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확진자 동선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이를 악용한 가짜뉴스에 따른 피해다. 실제 대전 서구 내동에서 '카페 그레이'를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 B씨는 최근 유포된 '확진자 경로' 지라시에 본인 카페가 포함돼 심각한 매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확진자가 방문한 곳은 대전 서구가 아닌 동구에 위치한 '그레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카페인데,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잘못된 주소로 지라시가 돌아 한 자영업자가 어이없는 피해를 입게된 상황이다. B씨는 시청에서 경찰 신고를 권해 관련 절차를 밟았고 현재 지라시 작성자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민 불안감을 해소에 나섰다. 전날 '코로나19 대응 TF' 산하에 사건대응팀을 별도로 설치한 서울중앙지검은 △역학조사 거부행위 △입원 또는 격리조치 거부행위 △관공서 상대 감염사실 등 허위 신고행위 △가짜뉴스 유포행위 △집회 관련 불법행위를 '5대 중점 대응범죄 유형'으로 선정하고 관련 범죄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고등학생이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불법정보 유통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중국을 경유해 들어온 여성이 코로나19로 발열 증상을 보였고 전남 00 지역 보건소에 격리됐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를 수차례 SNS 오픈 채팅방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112신고를 받고 해당 지역 보건소에 확인한 결과 A군이 글을 올린 시점에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19로 격리된 이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경찰에서 "재미 삼아 올렸다"며 "오픈 채팅방에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반응을 해줘 흥미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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