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델타도 KCGI도 더 샀다…한진家 전쟁 격화
입력 2020-02-24 17:50  | 수정 2020-02-24 19:30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차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꼽히는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보유 지분을 1% 늘렸다. 한진그룹 직원들 역시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나서며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조 회장 측과 맞서는 주주연합의 KCGI 역시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다음달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을 넘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중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이 고평가된 한진칼 주식 추종 매매에 나설 경우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미국 델타항공은 보유 한진칼 지분이 기존 10%에서 11%로 1%포인트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앞서 20~21일 양일간 한진칼 거래 증권사 중 외국계인 골드만삭스 창구로 한진칼 지분 1% 규모 매수세가 유입되며 해당 매수분이 미국 델타항공 주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0% 확보 당시에도 골드만삭스 창구를 주문 증권사로 활용한 바 있다.
델타항공이 지분을 늘리며 조 회장 측은 추가 원군을 얻게 됐다. 조 회장 측 보유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등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 22.45%와 더불어 미국 델타항공(10%), 카카오(2%), 대한항공 사우회 등(3.8%) 총 38.25%였다. 이번에 델타항공이 지분을 추가하며 조 회장 측 지분율은 총 39.25%로 늘어났다.

이에 더해 한진그룹 직원들 역시 조 회장 측 원군을 자처했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에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오로지 차익 실현이 목적인 투기 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 이들의 공통분모는 그저 돈, 돈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직원들이 한진칼 주식을 사 사측에 보탬이 되자는 제안을 했다. 해당 글에는 이에 공감하며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진그룹 계열 대한항공, (주)한진, 한국공항 노동조합 등이 조 회장 지지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 전직임원회 역시 조 회장 지지 성명을 내는 등 한진그룹 내에서는 조 회장 지지 분위기가 잇달아 관측되고 있다.
이날 주주연합 측의 KCGI 역시 한진칼 지분 0.54%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 거래주체 중 KCGI가 거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금융이 32만2000주(지분율 0.54%) 순매수에 나선 것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주주연합 측 지분율은 해당 지분을 더하면 기존 총 37.08%에서 37.62%로 늘어난다. 조 전 부사장(6.49%), KCGI(17.83%), 반도건설(13.30%) 등이 주주연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반도건설은 이달 13~19일까지 5거래일 동안 지분 5.02%를 매집하는 등 지분율 경쟁을 주도한 바 있다.
델타항공의 행보 역시 이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건설이 늘린 지분과 마찬가지로 델타항공이 늘린 지분 역시 다음달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향후 임시주총이 열리면 표 대결에 활용될 수 있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KCGI 매수세에 힘입어 전일 대비 0.98% 오른 5만1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일 대비 3.87%나 급락한 것과 대조적인 주가 흐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주식은 과도한 고평가로 인해 경영권 분쟁 당사자의 매수세가 중단될 때마다 하락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머니게임 양상을 띠고 있어 소액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안타증권은 한진칼 목표주가로 3만3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이날 종가 5만1300원 대비 35.67%나 낮은 수치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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