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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대표 “‘기생충’ 제작자가 동양 여자라 모두 놀라했죠” [M+인터뷰①]
입력 2020-02-22 08:01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긴 여정의 소감을 밝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기생충으로 여성 아시아 제작사 대표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의 중심에 선 곽신애 대표는 ‘기생충의 긴 여정을 낱낱이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으로 PARASITE”가 호명된 순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던 영화인들 뿐 아니라 국민들은 벅찬 감정을 느꼈다. 곽신애 대표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팀의 일원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부터 아카데미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이 역사적인 순간을 시간을 함께했다. 또 그는 아카데미에 선 최초 여성 아시아 제작사 대표로서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했다.

제가 최초인지 몰랐다가 최초라고 하니까 좋은 일이구나 싶었다. 거기 가서 느끼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 영화계가 여성들 입장에서 차별이 덜 한 것 같다. 차별을 대놓고 하지는 않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체감 상 훨씬 더 한 것 같다. 한 번은 감독님이 어느 자리에서 제가 ‘기생충 프로듀서라고 하니 ‘여자네 이런 반응이었다. 그런데 정작 작품 노미네이트된 프로듀서들의 모임이 있는데 절반이 여자더라. 그런데 저보고 놀라하더라.(웃음) 좋은 일인 것 같다. 동양 여자 제작자가 나와서 상을 받는 모습만으로도 나름 좋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팀도 같은 생각이었을 지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에 곽 대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 상황을 회상했다.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긴 여정의 소감을 밝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 4관왕은) 벌어지지 않았던 일, 기록을 깬 일이지 않나.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다. 사실 저희 멤버들이 국제장편영화상은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웃음) 일주일 전쯤인가 국제장편영화상 빼고 다른 상 수상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했다. 하나씩만 정하기로 했는데 각본상이 제일 많았고, 감독상도 꼽은 사람이 있었는데 저랑 정은 선배님이 작품상을 꼽았다. 제가 건 게 잃을 지라도 작품상에 걸었다.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기대를 크게 하지도 않았다. 분위기상 감독님에 대한 영화인들 영화계 동료들 감독, 배우들 비평가들, 기자들 너무 좋아한다. 심하게 좋아하는데 안주면 이상하더라.(웃음) 감독님을 보면 환호하고 뛰어와서 포옹하고 악수한다. 감독님도 힘들겠다 싶더라.(웃음) 감독님, 한 외신에서 락스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는데 갔는데 이런 거구나 싶다. 업계 내부 사람인데도 감독님이 말만 하면 박수치고 웃었다. 진짜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니 뭐라도 못 받겠나 싶었다.”

작품상 호명된 후 아카데미 무대에 올라선 ‘기생충 팀들은 얼떨떨하며 벅찬 표정이었다. 곽 대표도 벅찬 당시의 심경을 전하면서 변화에 힘쓴 오스카 회원들에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긴장되지 않았는데 물리적으로 입이 너무 말랐다. 입술이 잇몸 사이에서 안 움직였다. 입이 안 벌려져서 겨우겨우 말한 거다. 되게 마음이 아팠다. 떨리지는 않았는데 난처했을 뿐이다. 우리가 받는다고 하면 영화의 새 역사를 만드는 건데 역사를 투표를 한 각 개인이 했어야 하지 않나. 그 각자에게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받는다면 투표한 사람들이 대단하고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에 두려움 없이 투표하는 구나 싶었다. 정말 고맙고 대단했다. 상징적인 변화의 시작, 역사가 만들어진 것 같다.”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가 긴 여정의 소감을 밝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렇듯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부터 아카데미 캠페인까지 미국을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례적인 행보로 미국 전역에서는 ‘기생충의 열풍이 불고 있다. 곽 대표는 ‘기생충 폭발적 인기에 아카데미 캠페인의 힘이 컸다고 설명했다.

아카데미 캠페인의 효과가 일종이 기름을 부었던 효과가 있었다. 전 세계에 이미 선판매되고 잘됐고, 이 작품 자체가 그 정도의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가 되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지 데이트가 없지 않나. 현지 배급사나 관계자들은 그 효과를 알고 있었다. 미국 사람들이 이 상이 명예 때문에 하는 것보다 상업적인 이유도 있는 거다. (아카데미에서) 한 작품이 4개의 수상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데이터를 매칭 시킬 수 없으나 극장은 2000개 이상이 될 거다. 영국, 일본에서 스코어가 유지되고, 여러 나라에서 재개봉하면 예측할 수 없다.”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쓰는데 기여한 곽 대표. 그는 영화 기자부터 제작사 대표로 ‘기생충을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으며 새로운 한국 영화의 역사 탄생을 다시 한 번 기대케 했다.

저 경우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예술계는 여자에게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여서 못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촬영감독, 조명은 일의 특성이지만 여자 제작자가 많지 않나. 학벌, 지연은 문제없고, 진짜 좋은 시나리오 의견이 중요한 업계인 것 같다. 저는 되게 좋게 생각한다. 새로운 여성 감독님이 작년에 많이 눈에 띄었다. 그게 반가웠다. 좋은 징조라고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한국 여자 감독에 대해 물어볼 때 ‘10년쯤 후에 여자 감독들이 여기 와있을 거다라고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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