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없는 물품 판매한다고 올리고 돈만 받고 잠적…끊이지 않는 `중고나라론`
입력 2020-02-20 14:49  | 수정 2020-02-20 19:23
중고 거래 사기(PG) [사진 = 연합뉴스]

인천에 사는 전 모씨(34)는 지난 6일 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하려다가 이른바 '중고나라론' 피해를 당했다. 전씨는 계좌로 40만원을 입금했지만, 판매자는 배송을 차일피일 미뤘다. 환불을 요청하자 판매자는 "사실 내가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돌려막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전씨가 지난 12일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하자, 판매자는 "돈 돌려주겠다고 하는데 내 말을 왜 안 믿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 물품 거래가 보편화하면서 각종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론(Loan·대출)' 형식 사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행태는 어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회원수·인지도가 높은 '중고나라'의 이름을 따 흔히 '중고나라론'이라고 불린다.
판매자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물건을 올린 뒤 구매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는 방식이다. 피해를 입은 구매자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면 그 때 있지도 않은 물건을 또 올려 다른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아 환불을 해준다. 사기범들 중에서는 이렇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매자들로부터 무이자로 현금을 융통해 도박이나 유흥비로 탕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범들은 돈을 돌려받은 구매자들이 경찰 등에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헛점을 노린다.
가해자가 오히려 맞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에 사는 김태훈 씨(가명·33)는 휴대폰 외장메모리를 구입하려다 피해자가 됐다. 배송을 미루는 것을 참다 못한 김씨가 사기피해 정보공유사이트를 찾아보다 가해자 정보가 등록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가 항의하며 환불을 요구하자 상대 측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들을 보여주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되려 엄포를 놓았다.

대놓고 돈을 빌린다는 글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단기간에 고금리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고금리에 이끌려 돈을 빌려줬다간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돌변해 이자 준 것 내놓으라고 신고한다"며 "법정이자율이 정해져 있어 빌려주고 50만원 벌금을 내야 하는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댓글을 달았다.
법무법인 이헌의 신병재 변호사는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개인이 돈을 빌려주고 고율의 이자를 받는다면 대부업법이나 이자제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나라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안전결제(결제대금 예치제도)가 있다. 구매자가 대금을 보내면 제3의 기관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을 정상적으로 받았다고 확인하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수수료 발생 등 요인으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2월 아이폰 공기계를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해 3개월만에 원금을 돌려받은 김 모씨(28)는 지금도 여전히 중고 거래 때 여전히 안전결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김씨는 "안전결제를 사용하면 판매자가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피하기도 하고, 절차도 복잡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일부 중고마켓에서는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가 수수료를 내는 안전거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직거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전 '사이버캅' 앱을 통해 판매자 전화·계좌번호가 사기 피해 신고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실제 물품을 소지하고 있는지, 판매자가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 링크를 보내주는 것은 아닌지 등도 먼저 살펴봐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윤식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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