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엇갈리는 `NO재팬` 통계 논란…한일 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20-02-20 14:33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대형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선박에 옮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대일본 무역적자는 7억2000만 달러(8380억원)로 2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2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로 촉발된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보이콧 운동과 반도체 관련 수출 감소가 대일본 무역적자를 크게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시스템(K-stat)을 조회한 결과 지난 1월 한국의 대일본 무역적자는 7억2000만 달러(약 8380억원)으로 1997년 1월(5억달러·5875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대일본 무역적자의 월평균(15억9600만 달러)와 비교해도 채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대일 무역적자가 이처럼 기록적 감소세를 보인 데는 일본산 식품·자동차·반도체 장비 수입이 줄어든 여파가 컸다.

지난 19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1월 무역통계(속보치)를 보면 한국 시장에서 불매 운동의 표적이 된 맥주가 포함된 식료품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0% 감소했다.
또 승용차 부문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한 114대가 지난달 한국으로 수출됐다. 아울러 화학제품 수출은 19.3%, 반도체 등 제조장비 수출은 2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반도체 장비 부문의 경우 지난해 일본 정부가 촉발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수출규제'(수출심사 우대조치 변경) 때문이다. 정부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자국 기업들이 역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
식료품과 자동차 제품 수입 감소 역시 화이트리스트 문제로 인해 격화한 한국 내 반일 정서가 새해 들어서도 진정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승용차 부문의 경우 1월 감소폭(-94%)은 지난해 연간 수입 감소폭(-13.1%)은 물론, 보이콧 운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1월(-88.5%)보다 높다.
그런데 이번 1월 무역 통계를 두고 한·일 양국 간 통계 수치가 현저히 달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1월 월간 수출입현황(확정치)에는 대일본 수출이 약 2조84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7% 감소했다. 이는 지난 19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대한국 1월 수입액(약 2조9500억원) 및 감소폭(-5.0%)과 일부 차이가 존재하지만 양국 간 상이한 수출입 선적액 산입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반면 일본산 제품이 과연 지난달 한국시장에 얼마나 들어왔는지다.
한국 정부 통계 상에는 1월 대일본 수입액이 약 3조6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나 줄었다. 그런데 일본 내무성은 1월 대한국 수출액을 약 4조196억원으로 집계해 한국 통계보다 약 3400억원 더 높게 잡았다.
이에 따른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은 12.1%로 한국 정부(-21.8%)와 9.7%포인트의 격차를 드러냈다. 국가 간 무역통계 작성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도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한 편차다. 무역단체의 한 인사는 "양국 간 정치적 민감도가 큰 한국 내 일본제품 유입 규모를 둘러싸고 이번 1월 통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며 "상호 잠정치·확정치라는 차이가 있지만 혹여 어느 한 곳이 한일 갈등을 둘러싼 정치적 이유로 통계치를 부풀려 내놓은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 한국의 대일본 무역적자 추이
○ 2017년 1월 = 16억 2900만 달러
○ 2018년 1월 = 19억 100만 달러
○ 2019년 1월 =14억 3300만 달러
○ 2020년 1월 = 7억 2300만 달러
※ 자료 = 한국무역협회
[이재철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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