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호텔롯데 대표 자리서 물러난 신동빈…큰 그림 그리나
입력 2020-02-20 08:32  | 수정 2020-02-20 08:42
[사진제공 : 롯데지주]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물러난 것은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 상장은 '뉴롯데' 즉, 한국 롯데를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꼽혀왔다.
20일 호텔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호텔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9월부터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의 대표는 신동빈, 송용덕, 김정환, 박동기, 이갑 등 5인 체제에서 이봉철, 김현식, 최홍훈, 이갑 등 4인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롯데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대법원 판결에 대한 후속조치이자 계열사의 책임 경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신 회장의 이번 사임이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조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상장 예비 심사시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의 도덕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다보니 호텔롯데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유죄가 확정된 신 회장이 호텔롯데의 상장 예비 심사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 동안 호텔롯데 상장은 '뉴롯데'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꼽혀 왔다. 뉴롯데는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란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말한다.
호텔롯데의 상장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분산하면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재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가 지분의 99%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롯데를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수 요건인 셈.
호텔롯데는 2016년 상장을 추진했으나 좌절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호텔롯데는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 그룹에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주주구성을 다양화 해 롯데가 일본기업이라거나 가족기업이란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큰 과제일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오너의 의지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신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 이사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좋은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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