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취] 기준 없는 음주 감형…'들쭉날쭉' 판결
입력 2020-02-18 19:30  | 수정 2020-02-18 20:17
【 앵커멘트 】
"술 취해 기억이 안 난다." 음주 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단골 변명이죠.
음주를 감형 사유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일부 법 개정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판결 때마다 들쭉날쭉 달라지는 잣대는 여전한 게 현실입니다.
계속해서 김지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08년 8살 어린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 영화 '소원' 조두순 재판 법정
-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일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 소주 3병 정도 마시고 퍼질러 잤습니다."

조두순은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3년을 감형받았고, 올 연말 출소를 앞두고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력이나 폭행 등 범죄를 저지르면 법원이 재량으로 형을 낮출 수 있습니다.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하면 형을 감경하는데, 음주상태를 일종의 심신장애로 보는 겁니다.

물론 고의성이 있다면 주취감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술에 취했다"는 주장에도 한 남성의 폭행과 강간미수 혐의를 인정했는데, 범행 장소를 미리 물색하고 혼자 있는 여성을 고른 점 등으로 계획범죄로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심신장애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 노래방에서 만난 남녀가 술에 취해 가진 성관계를 두고 1심은 남성의 준강간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2심은 술로 인한 심신장애를 인정해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지난 2012년 성폭력 범죄는 주취감형을 제한하는 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강제성은 없습니다.

▶ 인터뷰 : 김진숙 / 변호사
- "음주가 면죄부가 되지 않도록 음주감형을 하는 경우에도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전문의의 감정이나 진단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음주가 감형 사유가 안 되고, 오히려 프랑스는 형을 가중하는 가운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 손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MBN뉴스 김지영입니다. [gutjy@mbn.co.kr]

영상취재 : 변성중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