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2조 못 갚는다" 배째라는 아르헨에…IMF총재 "부채 탕감 없다"
입력 2020-02-18 15:25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왼쪽)와 `아르헨티나 정권 실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부통령. [사진 출처 = 총재·부통령 트위터]

'남미 경제규모2위' 아르헨티나 부채 협상을 두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부통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6~17일(현지시간) 글로벌여성포럼 참석차 두바이를 방문 중이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아르헨티나가 IMF에 진 빚 440억 달러(약 52조2800억원)에 대해 헤어컷(채무 삭감)을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16일 저녁 블룸버그 TV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다만 총재의 발언은 오는 19일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 중인 아르헨티나 정부-IMF대표단 간 협상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답한 것이었기 때문에 협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리의 공식 입장은 IMF규범에 따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회피 방안을 주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인포바에 등 현지 언론은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발언이 아르헨티나 '정권 실세'인 크리스티나 부통령에 대립각을 세운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8일 크리스티나 부통령은 쿠바 아바나 국제도서전을 찾은 자리에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단돈 50센트도 IMF에 갚을 수 없다. 경제난을 해결한 후에 빚을 갚는 것이 순서"라고 언성을 높인 바 있다.
한편 총재 발언을 전해들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7일 라디오10인터뷰를 통해 "IMF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피차일반"이라면서 "IMF와 대출 협정을 맺은 전 정권이 환율 통제와 외화 유출 방지 목적으로 협정을 맺었고 어떤 수단을 써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IMF야말로 잘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이어 "IMF가 대출 관련 내부 규범을 추상적으로 해석해 협정을 맺은 만큼, 대출 상환에 대해서도 그런 유동적인 방식으로 하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현 정권은 IMF를 포함해 해외채권단에 진 나라빚 총 3110억 달러 중 57%에 해당하는 1950억 달러 규모 외채를 재협상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외채 1950억 달러에는 지난 2018년 6월 당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IMF로부터 대기성차관(SBA) 형식으로 받은 440억 달러 대출도 포함된다. 애초에 IMF는 570억 달러를 빌려주기로 했지만 지난해 8월 예비 대선에서 마크리 전 대통령이 현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패한 이후 나머지 130억 달러 대출 집행을 미뤄왔다.
난해 12월 취임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평상시에도 "IMF빚을 갚고 싶어도 갚을 수가 없다"고 언급해왔다. [사진 출처 = 대통령 트위터]
지난해 12월 취임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평상시에도 "IMF빚을 갚고 싶어도 갚을 수가 없다"고 언급해왔다. 16일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도 아르헨티나의 어려운 경제 사정에 대해 "우리는 경제 안정과 성장을 이루겠다는 현 정부를 강력히지지 한다"고 언급했다.
2008년 당시 마크리 정부는 IMF로부터 대기성차관(SBA)외에도 탄력대출제도(FCL)와 예방적 유동지원제도(PLL) 등 다양한 대출 형식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당시 정부는 FCL을 원했지만 복잡한 협상 끝에 SBA형식 대출을 하게 됐는데, 현 페르난데스 정권은 이를 인용해 대출 상환문제도 IMF가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입장이다.
SBA는 긴축재정 등 재정개혁조건을 전제로 IMF가 회원국에 제공하는 단기 대출이다. 대출 기한은 통상 12~24개월로 보통 2년 이내에 전액 상환해야 한다. FCL은 지난해 3월 IMF가 새로 도입한 제도로 IMF의 역할이 '위기 해결'에서 '위기 예방'으로 확대된 데 따라, '경제 펀더멘털 매우 건전'한데도 외부 충격 등으로 외환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국가에 IMF가 선제적 자금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다만 이는 당시 멕시코와 콜롬비아, 폴란드 정도만 받은 바 있고 아르헨티나의 경우 경제 구조 여건이 '매우 건전'한 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오갔었다. PLL은 FCL보다 대출받을 수 있는 대상이 넓고 SBA보다는 대출 조건이 덜 까다롭지만 FCL보다 대출 집행이 덜 유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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