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시확대가 교육 불평등 심화" 193개 4년제대학 입학처장 성명
입력 2020-02-16 15:16  | 수정 2020-02-16 15:28

전국 4년제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교육부의 대입 정시 비율 확대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영역 축소 방침에 대해 "교실 수업을 다시 문제 풀이 위주로 퇴화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대학이 나서 제도개선을 촉구한 건 처음이다.
16일 전국 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대입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을 실현 가능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며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전국 4년제 대학 193곳에서 입학 업무를 총괄하는 입학처장 또는 본부장 202명이 모인 협의체다. 현재 회장은 박태훈 국민대학교 입학처장이 맡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주요 대학 16곳 정시 비율 40% 이상 확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 영역 축소 등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방안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권 16개 대학은 신입생 40% 이상을 수능 위주 전형으로 선발한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시모집 확대를 강권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다른 대학도 정시 40% 선을 맞춰갈 확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부 비교과영역은 점차 축소돼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자율 동아리, 개인 봉사활동 실적, 수상 경력 등이 모두 사라진다.
협의회는 입장문에서 교육부의 정시확대로 문제 풀이 위주의 획일화된 고교 수업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교육부가 수능 중심의 전형이 사교육비를 증가시키고,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각종 자료를 외면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시를 확대함으로써 과정 중심, 학생참여 중심의 수업을 다시 문제 풀이 위주로 퇴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부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하고 자기소개서를 폐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학교 내 자율활동과 자치활동, 독서·토론 등 미래 지향적인 고교 공교육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종합적인 정성평가를 어렵게 해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를 무색 시킨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프로파일' 폐지에 대해서도 "학교별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교육의 결과만 반영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기를 들었다. 올해부터 교육부는 고교의 교육환경과 여건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도록 고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고교 프로파일을 없애고 대입에서 고교 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밝혔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등의 학생이 '학교 후광효과'를 받을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후 한 달여 간 정책 연구를 한 결과 반대 의견을 내기로 했다"며 "당장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재정사업을 빌미로 한 교육부의 여러 강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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