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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영웅본색` 왕용범 연출 “BTS·봉준호 감독처럼, 韓뮤지컬 인정받길”
입력 2020-02-15 07:30 
뮤지컬 `영웅본색`의 왕용범 연출(왼쪽)과 자호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유준상.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뮤지컬계 ‘영혼의 단짝이라 하면 바로 왕용범(46) 연출과 배우 유준상(51)을 꼽을 수 있다. 2009년 ‘삼총사를 시작으로 ‘잭더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그리고 ‘영웅본색까지 5편의 뮤지컬을 함께한 공연 메이트다. 왕용범 연출은 창작뮤지컬 초연 무대를 올릴 때 유준상과 함께 한다. 유준상 역시 왕용범 연출의 새로운 작품의 첫 무대에 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선보이는 다섯 번째 뮤지컬 ‘영웅본색(英雄本色, A Better Tomorrow)은 홍콩 누아르의 시초이자 정점으로 꼽히는 동명의 영화 1편과 2편을 각색한 작품으로,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송자호, 송자걸, 마크라는 세 인물의 서사를 통해 진정한 우정, 가족애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낸 작품이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1986)은 80, 90년대 ‘홍콩 누아르의 황금기를 이끈 작품으로, 1986년 홍콩 금상장영화제 작품상, 남우주연상 수상, 1987년 대만 금마장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1994년부터 7년간 홍콩 흥행영화 매출 1위를 독식한 시대의 명작이다. 원작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적룡(송자호 역), 장국영(송자걸 역), 주윤발(마크 역)은 홍콩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왜 ‘영웅본색을 뮤지컬로 만들었어야 했을까.

왕용범 연출은 ‘영웅본색은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었다. ‘영웅본색 세대들에게는 향수의 축제고, 안본 세대들에게는 신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뮤지컬로 만들고자 했다. 요즘 더치페이 문화에서 누군가가 한 턱을 쏘는 것이 신선한 것처럼, 돈의 가치가 아니라 의리와 형제애로 사는 이들의 이야기는 신선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소재다. 재밌는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고, 그래서 ‘영웅본색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머릿속에 선뜻 그려지지 않던 홍콩 누아르와 뮤지컬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 아니라 ‘완벽한 만남이었다. 왕용범 연출은 누아르는 정적이고 뮤지컬은 동적이다. ‘영웅본색의 누아르라는 장르보다는 강한 드라마의 장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여기에 장국영의 히트곡을 녹여냈다. 어찌 보면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웅본색에서 적룡(티렁)이 맡았던 송자호 역을 맡은 유준상은 관객이 어떤 반응을 할지 너무 궁금했다. 고전 뮤지컬, 외국 작품 위주의 뮤지컬계에서 현대적인 누아르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게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면서 커튼콜 때 보내준 관객들의 환호가 엄청나다. 마치 축제 분위기라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영웅본색의 본고장 홍콩의 반응은 어땠을까. 왕용범 연출은 ‘영웅본색 판권을 가진 제작사가 뮤지컬에 대해 경험에 없다보니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설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분들에게도 ‘영웅본색의 뮤지컬화는 도전이었다”며 첫 공연을 보고 매우 만족해하더라. ‘영웅본색이 과거의 콘텐츠가 아니라 2020년의 새로운 콘텐츠가 된거다. 또 ‘영웅본색이 중국에서 곧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뮤지컬 스토리를 참고해도 되겠냐고 묻기도 했다”고 뜨거웠던 반응을 전했다.
왕용범 연출은 "한국 뮤지컬도 언젠가 세계에서 인정받길 기대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빅픽쳐 프러덕션
왕용범 연출은 사실 콘텐츠를 만들 때 한국시장만 봐서는 투자하기 어렵다. 제 작품은 일본에서 선호도가 높다. ‘영웅본색의 경우는 홍콩에서 공연을 올리고 중화권 투어를 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상설 공연 등 구체적인 얘기들이 오고갈 것 같다. ‘영웅본색으로 대변되는 비디오 문화를 휩쓸었던 당시 홍콩 문화가 세계 시장으로 나갈 때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한국에서 공연을 못 보면 라스베이거스에서 봐야할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왕용범 연출은 대극장 공연 작품 중 처음으로 ‘프랑켄슈타인을 해외에 수출했다. ‘벤허 역시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런 왕용범 연출이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 창작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같은 대작 뮤지컬과 경쟁해야 한다. 처음부터 좋은 환경에서 무대를 올리는 것도 어렵고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의무감에 작품을 만든다”며 얼마전까지도 미국 일본 음악이 휩쓸던 시장에서 이제 한국 음악이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이 되고 BTS(방탄소년단)가 전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는 것처럼, ‘어벤져스 혹은 디즈니와의 혹독한 경쟁 속에 있던 한국 영화가 인정을 받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것처럼, 언젠간 토니상에서 한국의 이름이 불리리라는 걸 기대해본다. 그 순간을 위해 진심이 담긴 작품들을 만들어 갈 것이고, 관객들 역시 그 순간을 위해 더욱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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