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시간으로 7일 오후 강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뒤로 넘어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사진 1장이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떴습니다.
평소 머리카락에 감춰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헤어라인 주변이 유달리 하얗고 얼굴 다른 부분과 색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 온라인에서는 "화장이 과하다", "셀프 태닝을 즐긴다"는 반응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과 함께 "가짜뉴스가 또 있다. 분명히 포토샵 됐다"고 부인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며칠 동안 언론과 SNS를 달궜던 그 사진은 백악관을 출입하는 59살 윌리엄 문 한인 기자에 의해 촬영됐습니다. 이 사진을 그의 트위터 계정에서만 1천100만여명이 봤습니다.
그는 오늘(14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포토샵을 사용해 사진을 배포한 적이 없다"며"그날 사진은 애플 스마트폰에 탑재된 무료 포토 앱으로 '개선장군'의 이미지를 재현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촬영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문 기자는 머릿속으로 대통령이 저녁노을 속에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면서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릴 때 그 모습을 개선장군처럼 찍어볼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서 탄핵 무죄 판결을 받았기에 그날은 의기양양한 개선장군의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그는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구도가 가능한 취재진이 배치된 곳의 좌측 맨 끝 (마린 원 방향)에 4단 사다리를 들고 기다렸어요. 여러 번 촬영을 하며 연습도 했죠. 300mm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는 320으로 얼굴색을 완전히 재현하게 줄였고, ISO(감도)를 자동으로 세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마리 원은 스케줄보다 1시간 늦게 백악관 사우스 런에 착륙했고, 대통령은 집무실 오벌 오피스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당시 바람은 심하게 불어 대통령의 머리카락을 완전히 뒤로 넘겼고, 석양 노을은 얼굴에 반사됐다고 그는 기억했습니다.
예상한 대로 대통령은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엄지 척과 손을 들어 보였고, 문 기자는 그 찰나를 포착했습니다. 얼굴과 머리 사이에 있는 특이한 윤곽의 선이 그대로 사진에 드러났습니다.
문 기자는 촬영을 마치고 애플 스마트폰 6플러스에서 촬영한 앵글을 확인했고, 스마트폰 앱에서 색상만 조정해 발행했습니다.
그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트윗을 했는데 순식간에 미국 전역을 돌아 전 세계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궜던 것입니다.
특히 130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CNN 백악관 수석 특파원인 짐 아코스타 씨와 NBC 앵커 피터 알렉산더 등이 리트윗하며 이 사진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문 기자는 그날 대통령의 동선에 따라 마린 원에서 내려 오벌 오피스 집무실까지 걸어가는 사진과 동영상이 더 있다고 전했습니다. 자신이 트윗한 사진의 앞뒤 사진도 있지만, 개선장군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이 담긴 사진은 딱 그 사진 한 장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는 그 사진 1장이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수백만 명이 조롱·조소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개선장군 이미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표현했을 뿐입니다. 이 사진의 진정한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5년 전부터 백악관을 출입한 문 기자는 오바마 대통령 초청으로 일본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때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당시 AFP 기자가 위안부 관련 20만여 명의 한국 여성이 끌려갔다는 질문을 아베 총리에게 했는데, 갑자기 푸른 하늘에서 작은 돌풍이 불더니 아베 총리가 보던 원고가 날려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며 "위안부 소녀들의 한이 얼마나 원통했으면 바람을 일으켰겠느냐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1989년 미국 조지메이슨대에 유학을 갔다가 정착한 문 기자는 한미동맹의 다리 역할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싶어 백악관 출입 기자가 됐습니다. 미주중앙일보에 '야단법석'이라는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