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간섭에 美법무장관 폭발…"대통령 트윗 때문에 일 못하겠다"
입력 2020-02-14 11:10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와 관련된 모든 트윗을 멈춰달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한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 [로이터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사법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트윗' 간섭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바 법무장관은 13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트윗이) 장관으로서 업무수행을 도저히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법무부에 관련된 모든 트윗을 멈춰야 할 때"라며 "법무부의 사건, 법무부의 관계자, 법무부에서 사건을 맡는 판사들에 대한 대통령의 트윗들이 내 일을 못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무부 전원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달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으로서 그의 임기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비난"이라고 분석했다.
바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전직 참모였던 로저 스톤에게 구형된 7~9년의 형량을 축소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로저 스톤은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사이 유착 의혹으로 알려진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던 중 공무집행방해, 증인 매수 등의 7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법무부의 윗선에서 스톤의 재판 절차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4명의 검사 중 3명이 손을 떼겠다고 밝히고 1명은 사퇴를 선언하는 등 내부 반발이 이어졌다.
이 같은 소용돌이의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톤에게 최대 9년의 징역을 구형한 연방 검찰과 검사들을 대놓고 비난하며 사법 방해 논란을 불렀다. 지난 11일 재판부에서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한 상황"이라며 "오심을 용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바 법무장관과 법무부를 직접 거론하면서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는 '축하응원'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누가 보아도 심각한 편들기에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바 법무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제발 좀 멈춰달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바 장관은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괴롭힘을 당하거나 영향을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법무부의 이 같은 논란을 두고 "바 법무장관이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국민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조국에게 슬프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고보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