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장기인데?` 어린이집에 채식급식 요구하는 부모들
입력 2020-02-14 10:59 
△한 어린이집 교사가 최근 일부 부모들이 채식 급식을 요구해 고역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 어린이집 교사가 최근 일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식단을 비건 채식으로 요구해 고역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요즘 아이들을 비건 식단으로 키우시는 학부모님들이 종종 보인다"며 "문제는 학부모님들이 어린이집 식단도 비건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에 "한정된 인원과 한정된 예산 때문에 당연히 비건 급식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A씨는 "비건 육아 하시는 분들은 도시락을 싸 보내주시는데, 도시락 먹이고 그 도시락 설거지까지 해서 보내 달라고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또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먹는 일반식을 먹고 싶다고 동요해 비건 채식을 하는 아이가 있는 반은 '지옥'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글을 마무리하며 "신념도 좋고 다 좋지만 적어도 남들한테 피해는 안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라며 "본인 아이들이 그렇게 예민해야 하고 동물성 식품을 조금도 입에 안 대야 하면 집에서 육아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건은 최소한 아이가 선택이 가능할 때 하는 게 맞다. 아이들 성장엔 반드시 육류 섭취가 필요한데…아동학대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Ddo****),"어린이집이 1대1로 아이 보는 곳도 아닌데 갑질은 엄청나다…저런 건 입학 거부 사유 아닌가"(침****), "차별되는 서비스를 바라면 그만큼 비용 지불을 한다는 원칙으로 가야 한다"(오****)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기 아이들의 비건 채식을 두고 의견이 나뉜다. 지난 1월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독일영양협회는 영양 결핍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어린이를 비롯한 임산부, 모유 수유 여성, 청소년에게 비건 채식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벨기에왕립의학원도 아이들의 채식 식단은 적절치 않으며 이를 강요하는 부모는 기소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다만 지난해 8월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소아과학회와 영국영양학회 측에서는 비건 아이들에게 결핍되기 쉬운 필수 영양소를 챙겨 식단을 짜면 충분히 건강한 비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사실 최근 국내 채식 급식에 관한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입대를 앞둔 채식인들과 시민단체들은 군대 내 급식에서 채식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채식주의는 단순한 기호가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자 양심"이라면서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자유를 위해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여론은 "전쟁 중에도 채식을 고집할 수 있겠는가"(lee****)라며 반대하는 입장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cal****)이라며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첨예하게 갈리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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