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옷깃만 스쳐도, 바람만 불어도…주변의 약한 힘 전기로 바꿔 준다
입력 2020-02-13 19:12 
머리카락 구조를 이용해 모든 방향의 힘을 마찰전기로 바꿔 주는 고효율 에너지 수확 소자를 형상화한 그래픽. [자료 = 한국세라믹기술원]

옷깃을 스치는 수준의 약한 압력만으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수확 소자가 개발됐다. 다양한 방향의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힘을 하나로 모아 마찰전기를 만드는 기술로, 저전력 웨어러블 기기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성범 한국세라믹기술원 가상공학센터 선임연구원과 방창현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등 공동 연구진은 머리카락을 닮은 나노구조물을 이용해 고효율 마찰전기 에너지 수확 소자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2월 13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마찰전기처럼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한다. 배터리를 대신할 수 있어 경량화가 필요한 다양한 기기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마찰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수확 소자의 경우 두 물체의 접촉을 유도할 수 있는 특정 방향의 움직임에만 반응해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모든 방향의 움직임을 하나의 수직 방향으로 바꿔 주는 머리카락 모양의 나노구조물을 기존 마찰전기 소자 위에 부착했다. 조 연구원은 "이 구조물은 기차의 선로전환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버려지는 에너지 없이 모든 방향의 움직임으로부터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소자를 옷감에 부착해 시험한 결과, 0.2㎩(파스칼) 이하로 아주 약한 수준의 수평 방향 압력에도 마찰전기를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0.2㎩는 양손으로 지폐를 팽팽하게 펴는 힘의 5분의 1에 불과한 힘으로, 옷깃이 흔들릴 정도의 약한 바람에도 마찰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조 연구원은 "사람이 걸어가는 동안 에너지 수확 소자가 주머니 안에서 옷감과 살짝 스치거나 바람에 노출만 되더라도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라며 "초소형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생체삽입형 소자의 전원 공급 문제를 해결해 이들 기기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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