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교회신자 명의 도용해 보험계약한 설계사
입력 2020-02-13 17:38  | 수정 2020-02-13 19:51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A씨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 신자들 명단을 받아 허위 계약을 대거 만들었다가 지난해 금융감독원 검사 때 적발됐다. 신규 계약만 따면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다 해약해도 그 이상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어 타인 이름을 도용한 것이다. A씨는 가입자와 보험료 입금자가 동일한지 확인할 수 없는 가상 계좌 입금 방식의 허점을 이용했다.
임신 5개월인 30대 직장인 B씨는 한 온라인 임신·육아 커뮤니티에 태아보험 관련 글을 올린 후 하루도 안 돼 메일 8개를 받았다. 모두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이 태아보험 가입을 추천하는 영업용 글이었다. 상담만 받으면 아이용 옷을 보내주고, 가입 시 70만원 상당 유모차와 아기띠를 10만원에 증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사은품이 탐났지만 3만원 이상 사은품을 받는 건 불법이라는 글을 보고 B씨는 황급히 메일을 삭제했다.
다양한 수법으로 편법·불법 영업을 해온 GA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강도 높은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1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글로벌금융판매와 리더스금융 등 GA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곧 시작한다. 금감원은 국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제재 심의가 마무리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GA 검사에서 드러난 위반 행위들을 제재심에 상정할 예정이다.

글로벌금융판매와 리더스금융은 지난해 말 GA판 '종합검사'를 받은 회사들이다. 지난해 검사에서는 각종 위반 행위들이 적발됐다. 대표적인 불법 영업 행위 중 하나는 타인 이름을 빌리거나 동료 설계사 명의를 사용한 허위 계약이었다. 아울러 한 GA 소속 임원은 법인 자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하고, 사업 소득을 축소한 후 세금을 신고하다가 금감원에 덜미를 잡혔다. 영업 방식은 물론 내부 통제와 준법 감시 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이 대형 GA들에 칼을 겨누며 대대적인 검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과거에는 GA의 특정 영업행위나 일선 지점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GA 본사 경영진부터 조직 전반에 걸쳐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 방향을 전환했다. 글로벌금융판매는 소속 설계사가 1만4000여 명에 달하는 업계 2위 '맏형'이다.
금감원은 특정 위법 행위를 반복하는 GA를 가중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며 보험대리점에 대해 불건전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사전예고했다. GA가 보험 판매 시 반복적으로 불건전 영업 행위를 했을 때 기관 제재를 가중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제재를 받더라도 동일한 수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GA가 많은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음달 2일 의견 제출 기간이 끝나면 월말께 개정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글로벌금융판매만 놓고 봐도 불건전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금융판매는 2015년 다른 모집종사자 명의 이용 등을 이유로 기관 문책 경고를 받은 후 2017년 동일한 위반 행위로 기관 경고와 과태료 1억362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어 2018년에도 다른 모집종사자 명의 이용으로 기관 경고와 과태료 1400만원 등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다른 GA들에 대해 추가 종합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향후 적발되는 주요 사례들을 중심으로 필요할 때마다 제도 개선을 원포인트로 단행할 계획이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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