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황, `사제독신제` 전통 유지…女 부제 임명도 어렵다
입력 2020-02-13 13:3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900여 년간 이어온 '사제독신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교황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남미 아마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관련 '교황 권고'(Apostolic Exhortation)를 발표했다.
'친애하는 아마존'이라는 제목의 권고문을 통해 교황은 아마존 지역 내 사회 정의와 환경 보호, 원주민 인권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애정을 강조했다.
교황은 아마존 지역처럼 사제 부족으로 미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지역에 더 많은 선교사를 파견하도록 전 세계 주교들에게 촉구했다.

다만 주요 논제로 기대됐던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줘야 한다는 권고나 의견은 없어 사실상 이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약 4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사제가 혼인하지 않은 풍습은 지난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 교회법으로 규정됐다.
이후 약 1000년간 성직자의 독신주의는 유지됐으나 지난 10월 바티칸에서 진행된 '아마존 시노드'에서 사제 부족 문제가 심각한 아마존 지역에 한정해 결혼한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허용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폐막 때 이를 찬성하는 입장을 담은 권고문이 채택돼 화제가 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사제독신제 전통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1월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제독신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주목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사제독신제를 '주님의 선물'"이라면서도 "이는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며 지역 사정 또는 필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아마존 시노드의 권고를 따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교황은 공식 문헌을 통해 승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보수적 성직자들은 '교리와 신념의 승리'라고 크게 환영하고 있으나 진보적 가톨릭계에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토마스 스턴버그 독일 가톨릭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dpa 통신에 "교황이 과감하게 한 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으로 하마평이 나오는 프란츠 요제프 오버베크 주교도 "교황이 기혼 사제를 허락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2000년 역사를 가진 가톨릭교회의 주저와 망설임이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아마존 시노드의 권고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빌라노바대 교수로 있는 개혁 성향의 신학자 마시모 파졸리는 "이번 문헌은 교황이 그동안 일관되게 밝혀온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진정 놀라운 것은 교황이 시노드의 제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계는 교황이 이 문제를 완전히 거부했다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교계 내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겠다고 판단해 사실상 결정을 유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사제독신제는 찬반양론이 뚜렷한 예민한 사안이라 교황님이 혼자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전 세계 모든 주교가 참여하는 또 다른 공의회가 열리지 않는 한 어느 한쪽으로 결론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마가톨릭교회의 핵심은 성체성사인데 아마존 지역이나 오세아니아 도서 지역 등에선 성체성사 거행이 어려울 정도로 사제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교황 권고문에는 여성 부제 임명에 대한 언급도 배제돼 주목됐다.
교계제도에서 사제 바로 밑의 성직자인 부제는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체성사 등을 주관하지는 못하나 가톨릭교회의 이름으로 강론을 하거나 세례·혼인성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사제와 마찬가지로 거의 남성으로 구성된다.
여성 부제 임명은 아마존의 사제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안됐으며 아마존 시노드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특히 사제가 없는 아마존 원주민 가톨릭계의 3분의 2가 여성에 의해 주도되는 만큼 여성 부제를 인정해야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보수파는 궁극적으로 여성 사제를 임명하는 길을 터줄 수 있다며 여성 부제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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