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세이브더칠드런, 분쟁 지역 아동 성별에 따른 피해 차이 밝혀
입력 2020-02-13 09:47 

국제 구호개발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14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에 맞춰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춰라 2020: 젠더 문제(Stop the War on Children 2020: Gender Matters)'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글로벌 캠페인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춰라(Stop the War on Children)'를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세 번째 보고서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과 예맨, 시리아 등 분쟁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 수는 줄어들었으나 아동이 겪는 폭력의 강도는 커졌다. 2018년 분쟁 영향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은 4억1500만명으로 전년도 4억2000만명 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유엔이 2005년 분쟁 시 아동에게 가해지는 여섯 가지 중대 범죄(살해 및 상해, 징집, 납치, 성폭력, 학교시설 공격, 원조 거부)를 정한 이후 중대 범죄에 의해 피해자가 된 아동은 증가했으며, 2018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쟁지역 중 연간 전투 관련 사망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하는 고강도 분쟁지역에 사는 아동은 2018년 기준 1억4900만명이다. 이는 한국 아동 인구의 18배에 이른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여섯 가지 중대 범죄가 성별에 따라 어떠한 피해를 입히는지를 분석했다. 강간, 조혼,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 아동 중 여아가 87%에 달한다. 남아는 1.5%를 차지하며, 나머지 11%는 성별이 기록되지 않았다. 여자 아이들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는 소말리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부터 2018년 말까지 기록된 아동 성폭력 사건은 2만 건에 육박했다.
지난해 12월 동생 다섯 명을 데리고 북동부 시리아에서 이라크의 쿠르드 난민촌으로 피난 온 브리스카(22·가명)는 "저는 아직 어른이 되기엔 어린 것 같은데 동생들의 엄마 아빠 역할을 해야 해요. 난민촌 안이 안전하다고 해도 부모님이나 오빠가 있는 사람들보다는 무서워요"라며 "(분쟁 상황에서) 성추행과 강간이 일어나고 있어요. 여성이 전쟁의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어요"라며 두려움을 토로했다.

2018년에만 전쟁의 폭력으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아동은 최소 1만2125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약 13% 증가한 수치로,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혔다. 민간인 시설인 학교와 병원에 대한 공격도 전년 대비 32% 증가한 1892건으로 보고됐다. 남자 아이들은 주로 살해, 상해, 납치, 무장단체 및 군대에 강제 징집되는 등의 폭력을 경험했다. 성별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했을 때, 살해 및 상해를 입은 아동의 44%가 남아이며 17%가 여아였다. 2018년 강제 징집된 약 2500명의 아동 중 80%가 남아였다. 특히 청소년기의 남아는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아의 사망 및 상해 건으로 보고된 사례는 대부분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지에서 무차별 폭격의 희생자가 된 경우였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SCI)의 CEO 잉거 애싱은 "이번 보고서는 오늘날의 전쟁이 아동에게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분쟁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은 살해, 상해, 강제 징집, 성폭력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2005년부터 최소 9만 5000명의 아이들이 죽거나 상해를 입었다. 수만 명의 아이들이 납치됐으며, 수백만 명의 아동이 교육과 보건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처벌받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방관하고 있다. 모든 정부와 분쟁 당사자들이 국제 규범과 기준을 준수하고, 가해자들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삶은 계속해서 무의미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와 분쟁 당사자들이 아동의 고통을 해결하고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행동 계획을 채택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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