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MF와 기싸움` 아르헨티나 "국채원금 일부 상환 연기"
입력 2020-02-12 16:01  | 수정 2020-02-12 16:31
지난 5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경제적 연대를 위한 콘퍼런스` 참석 차 이탈리아 로마를 들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왼쪽)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오른쪽)과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 로이터통신]

국제통화기금(IMF)와 부채 재조정 협상 중인 '남미 자원부국' 아르헨티나가 IMF에 빚진 국채원금 상환을 미룬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정권을 잡은 실용좌파계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오는 3월 31일까지 IMF와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선언했지만, 아르헨티나의 IMF 부채 440억 달러를 둘러싸고 양자간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현지언론 인포바에에 따르면 경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2018년 7월 발행된 아르헨티나 페소화 표시 채권 AF20의 원금 (14억7000억 달러)상환을 오는 14일에서 9월 3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경제부는 IMF측 협상단이 12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기 하루 전 날 이같은 성명을 내면서 "원금이 아닌 이자는 계속 갚을 예정이며 이번 원금 상환 연기 선언은 외채 재조정 협상 시간 확보 차원"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다만 마르틴 구스만 경제부 장관은 IMF부채원금상환 연기를 결정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아르헨티나 사회를 인질로 잡았다"면서 "이는 투기행위이며 아르헨티나는 현실적으로 지속가능한 부채상환을 위해 재조정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날 선 발언을 했다. 일련의 발언과 상황을 감안할때 아르헨티나 정부와 IMF 측 협상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 현지 언론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10일 IMF협상단은 "협상 일정을 나흘 연장함에 따라 방문 일정이 2월12~19일로 늘어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국제도서박람회에 참석한 아르헨티나 `정권 실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부통령(전 대통령)은 "경제난을 벗어나기 전에는 단돈 50센트도 IMF에 갚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출처 = 로이터통신]
아르헨티나는 '자원부국의 역설' 탓에 사실상 국가 디폴트 위기 상태다. 앞서 8일 '정권 실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부통령(전 대통령)은 쿠바 아바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경제난을 해결한 후에 빚을 갚는 것이 순서"라면서 "경제난을 벗어나기 전에는 단돈 50센트도 IMF에 갚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평상시 "갚고 싶어도 갚을 수가 없다"고 언급해왔다.
아르헨티나는 '하얀석유'로 통하는 리튬(2차전지 원료)을 비롯해 농업·원자재를 수출하는 남미 경제규모 2위 국가다. 다만 국제 원자재 가격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 때문에 나라 경제가 원자재 값과 환율 변동에 취약한 데다 포퓰리즘(대중 인기에 연연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이 반복된 역사 탓에 종종 IMF구제금융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비대칭 정보 경제·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6)는 지난 달 28일 BBC문도와 인터뷰하면서 아르헨티나가 역사적으로 '3중고(높은 환율·물가·외채)'를 반복해 겪는 데 대해 아르헨티나 정부를 지지했다. 그는 "이른바 파리클럽 국가들이 다른 나라 부채에 9%선의 높은 금리를 매긴다"면서 "9%만 해도 빚이 8년 후엔 두 배로 늘게되기 때문에 채무국이 빚을 갚고 싶어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IMF협상을 주도 중인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스티글리츠 교수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다. 파리클럽이란 전세계 22개 채권국으로 구성된 비공식 집단을 말한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오른쪽)은 지난 주 유럽 순방에 나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를 비롯해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연합(EU)주요 국가 정상들을 만나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부채 상환 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출처 = 페르난데스 대통령 트위터]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를 포함해 해외채권단에 진 나라빚 총 3110억 달러 중 57%에 하당하는 1950억 달러 규모 외채를 재협상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다만 채권단이 강경 태세로 나오는 바람에 지난 주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부가 일단 협상에서 후퇴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재협상하고자 하는 나라 빚 1950억 달러에는 지난 2018년 6월 당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IMF로부터 조건부구제금융 명목으로 받은 440억 달러 대출도 포함된다. 애초에 IMF는 570억 달러를 빌려주기로 했지만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 예비대선에서 마크리 전 대통령이 현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패한 이후 나머지 130억 달러 대출 집행을 미뤄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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