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불완전판매 원천봉쇄…은행들 AI에 맡긴다
입력 2020-02-10 17:54  | 수정 2020-02-10 20:05
최근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은행권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판매자의 고의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 판매를 AI로 실시간 감시해 고객 피해와 규제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중 디지털연구개발(R&D)센터와 소비자보호부 등이 참여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AI를 활용한 완전 판매 체계를 개발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AI가 실시간으로 투자상품 판매 과정을 모니터링해 투자자 성향을 충분히 파악했는지, 투자 위험과 상품 특성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판매 직원에게 알려줘 불완전 판매를 막아 완전 판매를 유도하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의 일환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펀드(DLF) 등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는 금융사가 판매 과정을 녹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만 70세 이상 고령자나 안정추구형 투자 성향인 투자자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에 녹취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0만원 부과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은행 측은 단순 녹취·숙려제도만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신기술을 접목한 소비자 보호 방안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해 말부터 기계가 고객에게 상품 약관과 주요 고지 사항을 읽어주고 고객이 이에 답하게끔 하는 TTS(Text To Speech)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의 또는 실수로 빠뜨릴 수 있는 설명이 없게 하되 고객에게 추가 설명이 필요할 때는 직원이 추가로 설명을 해주는 식이다. 여기에 곧 개발될 AI 시스템을 접목하면 금융사가 고객 반응과 대답을 토대로 판매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은행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AI를 활용해 고객 필체를 인식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 전 지점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계약서에 자필로 기재하는 '듣고 이해하였음' 등의 글자를 분석해 빠뜨리거나 잘못 기재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약관과 법령 등 각종 규제 준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AI 기술도 도입 준비 단계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은행 업무에 특화된 '머신 리딩 컴프리헨션(MRC)'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신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약관·법률을 점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MRC가 도입되면 약관에 투자자 보호 항목이 적절하게 포함됐는지 등을 AI가 판단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AI 기술을 고도화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는 건 불완전 판매에 따른 규제 비용 리스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이 불완전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DLF 원금 손실 사태 이후 내놓은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불완전 판매 유도 행위가 발생할 경우 1억원 이하 과태료, 6개월 이내 업무정지, 임원에 대한 해임 요구 등 제재 강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 통제 실패를 근거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사모펀드 부실도 잇따르고 있어 이들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줄줄이 불완전 판매 논란에 엮일 처지에 놓였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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