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봉준호 오스카 첫 수상할 때 옆에 있었던 이미경 CJ 부회장 주목
입력 2020-02-10 11:45  | 수정 2020-02-10 21:13
이미경 CJ 부회장. [사진 제공 = CJ ENM]

9일(현지시간) '기생충'이 오스카 각본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카메라는 봉준호 감독 옆 한 여성의 얼굴을 비췄다. 바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62)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1995년 영화사업에 처음 뛰어든 이래 꾸준히 아티스트를 키워온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두 CJ 남녀의 문화사업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2003)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CJ와 함께하지 않은 '괴물'(2006)을 1000만 영화로 만든 봉 감독은 다시 이 부회장과 손잡고 찍은 영화 '마더'로는 300만 관객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의 모성신화가 어떻게 '괴물 같은 마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려낸 감독의 시선에 감탄해 이때부터 봉준호 서포터를 자처하고 나섰다. 당시 '마더'가 프랑스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자 이 부회장은 직접 칸까지 날아가 세계 엔터테인먼트 인맥을 활용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 제공 = CJ 그룹]
봉 감독이 첫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데도 CJ가 함께했다. 할리우드 스타가 대거 출연한 이 작품은 예산이 400억원으로 계산되자 다수 투자자가 참여를 꺼리며 제작에 난항을 겪었다. 이재현 회장은 이에 제작비 전액을 CJ에서 담당하기로 결단함으로써 봉 감독이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캠페인에서도 봉 감독과 CJ의 공조가 돋보였다. 오스카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 명 투표를 통해 후보작 및 수상작을 선정하는 이유로 '홍보전'의 역할이 큰 시상식으로 꼽힌다. 영화가 수작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작품의 존재를 최대한 많은 회원에게 알리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영화계엔 해당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에 '기생충' 팀은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북미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CJ는 여기에 100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하루 앞서 미국 서부 샌타모니카에서 개최된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한국 영화계 최초로 트로피를 차지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낙수로 바위에 구멍 뚫기처럼 도전했던 홍보전이 북미 시장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막으로 영화 보기를 꺼려하는 미국인들이 '기생충'에 열광했고, 상영 극장은 3개에서 1060개 관으로 늘어났다. 나중에는 봉 감독 수상 소감을 통역하는 샤론 최까지 스타가 될 정도로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기생충'의 북미 매출은 3437만 달러로 북미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중 6위에 랭크돼 있다. 오스카 수상 효과로 북미 관객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LA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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