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유승민의 승부수…통합·불출마 외치며 "뿌리부터 보수 재건"
입력 2020-02-09 13:45  | 수정 2020-02-16 14:05

'통합이냐 독자노선이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유승민 의원(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결국 합당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이 이뤄질 경우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스스로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유 의원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결심을 밝혔습니다. 지난달 바른미래당을 뛰쳐나와 새로운보수당을 만든 지 약 1개월 만입니다.

"'보수 통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단순히 합친다고 다가 아니다. '개혁보수'로 합쳐야 한다. 그 진정성을 위해 자신을 내려놔야 한다. 따라서 불출마한다."고 말한 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보수는 뿌리부터 재건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 보수정치가 가야만 할, 결국 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길이 개혁 보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지만, 그와 동시에 개혁 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전 오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유 의원이 내세운 '개혁 보수'는 그가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박차고 나갔을 때부터 강조해 온 가치다. 지난해 말 보수 통합 국면이 전개되기에 앞서 '보수 재건 3원칙'에 으뜸으로 담은 가치이기도 합니다.

그는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지키는 보수", "정의로운 사회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보수",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 인권과 법치라는 민주공화국 헌법 가치를 온전히 지켜내는 보수"를 개혁 보수의 요체로 꼽았습니다.

지난 9년의 보수 정권은 물론, 최근 3년의 한국당도 개혁 보수로 볼 수 없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입니다. 이 점 때문에 "합당으로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고 그는 털어놨습니다.

한국당과의 합당이 '개혁 보수로의 합당'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유 의원이 꺼내든 전략이 불출마 카드입니다. 그는 "보수가 힘을 합쳐 개혁 보수로 나아가는 데 제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개혁 보수를 포함한 3원칙만 약속대로 지켜진다면, 총선을 앞둔 합당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공천권(지분)이나 당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독자노선을 걸으면서 한국당과 느슨한 선거연대만 할 경우 유 의원이 출마해 선거를 지휘하되, 합당할 경우 유 의원이 불출마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돼왔습니다.

합당의 대상이자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 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 유 의원의 불출마는 어느정도 차기 대권행보까지 내다본 승부수로 읽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선 "유승민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에 미련 없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차기 대권"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로 친박(친박근혜)당'이 될 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천"을 강조한 대목은, 결국 자신의 불출마에 따른 반대 급부로 강성 친박들의 공천 배제를 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유 의원은 내리 4선을 한 지역구(대구 동구을)를 15년 만에 떠나게 됐습니다. 그는 2004년 비례대표 의원이 됐고, 이듬해 이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유 의원은 "대구가 낡은 보수의 온상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당당하게 개척하는 개혁의 심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림(士林)의 피를 이어받아,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에 충성하는 기개와 품격을 지닌 '대구의 아들'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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