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휴업 학교 명단 감추는 교육부…'깜깜이' 정보에 학부모 '발동동'
입력 2020-02-09 09:32  | 수정 2020-02-16 10:05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 당국이 학교 휴업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학부모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감염 우려로 예정된 수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은 학교는 지난 6일 기준으로 총 592곳에 달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58곳, 경기도 224곳, 광주 159곳, 전북 144곳, 충남 4곳, 부산·인천·충북 각 1곳입니다.

학교가 휴업할 정도로 신종코로나 감염 우려가 높아진 지역이 전체 17개 시·도 중에 8개 지역에 달하지만, 학부모나 주민 입장에서 정확한 휴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은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일 중랑구·성북구 지역 총 42개 학교에 휴업 명령을 내리면서 보도자료·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휴업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휴업 명령 대상 학교의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명령을 내리지 않은 지역에서 휴업한 학교 정보는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장 판단으로 자체 휴업하더라도 교육 당국과 협의하므로 교육청은 전체 휴업 현황을 알고 있는데도 뚜렷한 이유 없이 공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 교육청은 휴업한 학교 이름을 일절 공개하지 않아 지역별 정보 격차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

부산시교육청은 17번 확진자와 접촉한 여성의 자녀가 다니는 부산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에 6∼7일 휴업 명령을 내렸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면서도 해당 초등학교 이름은 비공개했습니다.

전북도교육청은 군산 지역의 모든 학교에 이달 14일까지 휴업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자료 게시판에 올렸지만, 학교 이름이나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광주시교육청은 확진자 거주지와 방문 병원 인근에 있는 17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방과후학교를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학교 이름을 비공개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는 학교 휴업 현황에 관한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한 정보 공개 범위 탓에 학부모들의 불편과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장모(47)씨는 "최소한 교육부나 교육청 홈페이지에라도 학교 휴업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여전히 정보를 감춘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각 시·도 교육청이 매일 휴업 현황과 학교 목록을 교육부에 보고하고 있으므로, 교육부가 홈페이지·보도자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휴업 학교 숫자와 실명 목록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육부는 현재 당일 기준으로 휴업한 학교 수와 지역별 전일 대비 증감 현황 등 관련 수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보고받은 휴업 학교 목록은 비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처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학교 방역을 강화하는 취지로 개정된 학교보건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개정 학교보건법에는 '교육부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관련 시행령에는 감염병 발생 현황, 환자 이동 경로 등과 함께 '예방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공개 방법은 정보통신망에 게재하거나 보도자료로 배포하도록 했습니다.

송 위원은 "관계 기관 간 정보 공유와 대국민 정보 공개가 부족한 한국의 관료 문화가 메르스 때 초동 대처에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개정 학교보건법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공동 발의했던 법안"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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