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종코로나, 박쥐에서 멸종위기종 `천산갑` 거쳐 인간 감염?
입력 2020-02-08 09:48 
중국 대학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중간 숙주로 지목한 멸종위기종 `천산갑`.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로 사스때와 같은 '박쥐'가 지목된 가운데, 박쥐에서 유래한 이 바이러스가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을 것이라는 중국 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난(華南)농업대학은 7일 언론 발표회를 열고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재적 중간 숙주"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신종코로나 예방·통제에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화난농업대학과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광저우동물원 과학연구부 등이 참여했다.
대학 측은 천산갑에서 분리한 균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상동성이 9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어떻게 천산갑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지는 경로를 밝히지 못했다. 중국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은 전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신종코로나를 옮겼을 것으로 추정해왔으며, 특히 박쥐에서 시작해 '매개 동물'을 거쳐 인간으로 전파됐을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었다. 자연히 이 '매개 동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연구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신종코로나의 자연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 박쥐와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미지의 중간숙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목된 천산갑 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이 '중간 숙주'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된 바 있다. 중국의학과학원 병원생물학 연구소 진치(金奇) 소장은 박쥐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됐고 중간숙주인 밍크로 옮겨졌다가 인간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중국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신종코로나가 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소리와 대나무쥐 같은 동물을 예로 들었다.
박쥐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바로 전해졌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에 대해 천융이(沈永義) 화난농업대학 교수는 "신종코로나가 우한에서 발병한 계절은 박쥐가 동면하는 겨울"이라고 지적하면서 "박쥐가 인간을 직접 감염시켰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 천산갑은 세계에서 밀매가 왕성한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자양강장에 좋다는 미신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한약재와 고급 식재료로 사용된다. 비늘은 장신구나 부적, 한약재, 마약류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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