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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총 톱30, 실적 줄어도 배당 안줄였다
입력 2020-02-07 17:35  | 수정 2020-02-07 19:45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곳 중 9곳이 배당을 늘렸다. 배당액이 전년도와 동일한 상장사는 17곳이며, 감소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장사 이익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음에도 주주 친화적인 배당정책을 보여준 것이다.
7일 매일경제가 집계한 결과, 코스피 시총 상위 회사 30곳 중 9곳은 배당을 늘렸으며, 17곳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30곳은 코스피 시총의 57.1%를 차지한다. 집계 대상은 이날까지 배당을 공시한 2019년 12월 결산 상장사다.
상장사 30곳 중 20곳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삼성전자, 삼성물산, 포스코, LG전자, 현대제철, SK텔레콤, KT, 현대중공업지주 등 14곳은 2018사업연도와 같은 배당을 유지했다. 여기엔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SDI, 포스코케미칼, LG유플러스도 포함됐다.
코스피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이사회에서 보통주 354원, 우선주 355원의 결산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중간배당까지 포함하면 연간 보통주 배당금은 1416원이며, 우선주를 합한 배당 총액은 9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규모다. 삼성전자는 분기별 보통주 주당 1만7700원의 배당을 해왔는데, 2018년 5월에 50분의 1 액면분할을 하면서 이 금액이 주당 354원으로 바뀌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84% 감소했는데도 연간 배당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2018사업연도의 21.9%에서 2019년 약 44%로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회사가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 대비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익 감소에도 배당을 늘린 상장사는 2곳이다. 삼성전기는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2% 줄었지만 배당금은 2018년 주당 1000원에서 지난해 1100원으로 증액했다. 배당성향은 1년 새 11.5%에서 16.2%로 4.7%포인트 상승했다. 네이버 또한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24.7% 감소했지만 주당 배당금은 314원에서 376원으로 늘렸다. 아울러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자사주 55만주(약 982억원)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했는데도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번 배당 결정으로 네이버 배당수익률은 0.31%로 2018년(0.26%)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다.
배당을 줄인 상장사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화재 등 4곳뿐이었다.
시총 규모 2위 SK하이닉스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도 주당 1000원, 총 6840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87%나 감소했는데도 주당 배당금 감소액은 500원에 그쳤다.
LG화학은 대규모 투자에 따라 배당 여력이 감소하며 연간 배당을 전년 대비 4000원 줄였다. 또한 SK이노베이션도 2018년 주당 8000원이던 연간 배당을 3000원으로 줄였는데, 대신 자사주 462만8000주(약 5785억원)를 매입하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늘어난 기업은 대부분 배당을 증액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상장사 10곳 중 7곳은 배당을 늘리며 주주 환원에 나섰다. 신한·KB·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 3사와 현대글로비스, 기아자동차, 삼성SDS, LG생활건강 등이 배당을 확대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배당은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가는 추세"라며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 배당정책을 담아야 하는 등 배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 공시하고 있다. 배당 재원은 회계상 이익잉여금이다. 이익잉여금은 매년 쌓인 당기순이익의 합이다. 당해 사업연도에 이익이 크게 감소하거나 적자가 나도 이익잉여금이 충분하면 배당이 가능하다.
홍정우 효림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는 "가장 안전한 배당 가능 재원은 당기순이익의 누적인 이익잉여금이므로 대부분 회사는 이익잉여금 한도에서 배당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상법에 따르면 이익 배당은 주총의 결의로 정한다. 다만 재무제표를 이사회가 승인하는 경우 이사회의 결의로 정할 수 있다. 배당금 지급 예정일은 주총일로부터 1개월 이내다.
[정승환 기자 /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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