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발 코로나 탓에 서구권서 아시아인 혐오정서↑
입력 2020-02-07 15:45  | 수정 2020-02-07 17:10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등 아시아계 혐오증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프리미어리그(EPL) 축구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를 제외한 같은 팀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손 선수만 제외한 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처럼 합성한 사진이 사회연결망(SNS)에 올라온 모습. [출처 = 트위터]

"더러운 바이러스 지나가네"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 n-CoV·우한코로나)이 전세계로 확산돼 피해를 주자, 지구 반대편 서구권에서 '아시아인 혐오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노포비아(Sinophobia·중국인 혐오)가 한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계를 향해 날로 확산되자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주재 한국 대사관은 교민 신변안전주의 공지문을 냈고, 유엔 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들에게 함부로 낙인찍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혐오 정서는 바이러스만큼이나 빠르게 퍼지는 모양새다.
지난 2일 트위터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그랜드스트리트 전철역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을 ?아가 욕하며 머리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뉴욕경찰국(NYPD) 증오범죄팀이 피해자가 신고하면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출처 = 트위터]
아시아인 혐오증은 단순한 비아냥이 아니라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온라인 사회연결망(SNS) 트위터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그랜드스트리트 전철역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을 �아가 '병자(diseased bitch)'라고 욕하며 머리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국제사회 분노를 샀다. 영상이 반향을 일으키자 뉴욕경찰국(NYPD) 증오범죄팀은 5일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가 신속히 사건을 신고해 조사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 북부 모아비트 지역에서는 20대 중국인 여성이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던 중 다른 여성 두명에게 욕설을 듣고 발길질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독일 경찰은 이를 우한코로나 사태 관련 인종차별 공격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밖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중국계 독일 남성이 공항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에게 '중국인은 오염됐다'는 모욕을 들었다는 이야기 등이 오르내리면서 독일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 국민에게도 유사 사건이 일어날 수 있으니 신변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공지문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리는 중이다.
미국 UC버클리대학 보건소는 우한코로나 관련 반응에 대해 지난 달 31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분노·불안과 더불어 아시아인에 대한 제노포비아(이방인혐오증)는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적었다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사태가 일기도 했다. [출처 = 트위터]
앞서 지난 3일 토트넘·맨체스터 경기에서 소속팀인 토트넘을 승리로 이끈 손흥민 선수가 동료선수 스티븐 베르흐윈과 함께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하던 중 숨을 고르며 작은 기침을 두 차례하자 SNS에서는 '손흥민이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중', '베르흐윈도 곧 감염될 것'이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유서깊은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이 한국·일본·중국계 학생들에 대해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의료 확인서를 제출할 때까지 수업 참석을 전면 금지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앞서 미국 UC버클리대학 보건소는 우한코로나 관련 반응에 대해 지난 달 31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분노·불안과 더불어 아시아인에 대한 제노포비아(이방인혐오증)는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적었다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사태가 일기도 했다.
중국이 우한코로나로 전세계에 민폐를 끼쳤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인종 차별 문제가 확산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낙인 찍기를 막아야 하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관심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도 "중국인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적"이라고 강조하는 중이다.
한편 영국 정부는 6일 우한코로나 주의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보건부는 이날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지난 14일 내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을 받은 국가를 여행한 이들은 증세가 미미해도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이들 국가로는 중국 본토와 태국, 일본, 대한민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이라고 열거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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