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종 코로나가 바꾼 졸업식 풍속도…고교 졸업식 가보니
입력 2020-02-07 14:52  | 수정 2020-02-07 15:17
졸업 시즌이 돌아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행사가 축소 혹은 취소되는 추세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어느덧 졸업 시즌이다. 다만 대부분의 학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졸업식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래도 한 번뿐인 졸업. 학생들은 학창 시절의 마무리를 '그들끼리'의 방법으로 기념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가족을 비롯한 축하객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졸업식, 행사 취소로 학사모를 하늘 위로 던지지 못하게 된 대학교 졸업생들의 풍경을 직접 찾아가 살펴봤다.
◆"외부인 출입금지"
지난 6일 찾은 서울 한 고등학교 졸업식. 감염 예방을 위해 출입이 제한된 가족 등 축하객들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 김형준 인턴기자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 날, 학교 교문 앞을 찾았다. 학생들의 집결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오전 9시가 조금 넘자 일찌감치 마지막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은 조금은 상기돼 보였다. 집결 시간이 다가오자 꽃다발을 손에 든 가족들과 함께 교문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교문 앞에 다다르자 학생들은 가족들, 졸업식을 찾아 준 다른 학교 친구들과 잠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축하객의 교내 출입이 금지된 것. 굳게 닫힌 교문 앞에서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아들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모습은 마치 대학 수학능력시험 당일을 방불케 했다.
기다리는 축하객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현장을 보지 못하고 교실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에 불만 없다는 것. 한 졸업생의 형이라고 밝힌 양태욱 씨는 "아무래도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같이 사진도 찍고, 교정에서 이리저리 섞이다 보면 서로의 부모님들께도 인사도 드릴 텐데…(아쉽다)"라면서도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들을 기다리던 한 졸업생의 어머니도 "상황이 이러니 아쉬워도 할 수 없다. 다만 (졸업생) 본인이 아쉬울 것"이라며 "가족들도 여럿이 오고 축하도 받고 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줄였다. 다만 "당연히 해야 하는 조치"였다며 "이렇게라도 한 번 더 마지막으로 아들 학교에 와 봐서 좋다"는 생각을 밝혔다.
졸업식이 끝나자 학생들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교정을 나왔다. 한 학생에 따르면 졸업식은 강당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피하고자 교실에서 진행됐다. 방송부원들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준비한 것. 상장이나 졸업장 수여도 교실에서 이뤄졌다. 해당 학생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원했던 친구들은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고등학교 졸업이 초등학교나 중학교보다는 특별하지 않나. 그럼에도 안전상으로 봤을 때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 '우리끼리의 졸업식'이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행사가 모두 끝난 후 교문을 개방하고 운동장에서 외부인들의 사진 촬영을 허가해 가족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학사모 못 던지지만 '우리끼리' 스냅촬영
서주연씨가 졸업 기념으로 찍은 스냅사진. 최근 대학생들은 학교 졸업앨범을 구매하는 대신 스냅사진을 찍으며 졸업을 기념하는 추세다. [사진 제공 = 서주연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서울에서만도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건국대, 세종대, 동국대, 숭실대 등 많은 대학들이 학위수여식을 취소했다. 학위수여식의 백미는 학사모를 던지며 사진을 찍는 것.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마지막 졸업식 취소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스냅사진'을 찍으며 졸업을 기념하고 있었다.
학위수여식이 취소된 이화여대에서 졸업을 앞둔 서주연 씨. 서씨는 "졸업식을 하면 저를 축하해주려 오는 가족분들, 지인분들, 동기들과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는데 취소돼서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졸업식 사진 대신, 그리고 학교의 졸업앨범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스냅사진. 서씨는 "형식적으로 한정된 장소에서 찍는 졸업사진보다는 학교 안 추억이 있는 여기저기에서 자유롭게 찍는 스냅사진이 요즘 트랜드"라고 설명했다.
서씨에 따르면 졸업 스냅사진 촬영은 SNS 등으로 작가를 섭외해 시간과 가격을 조정한 후 진행된다. 가격은 작가의 경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20만~50만원 선. 서씨가 내린 스냅사진 촬영에 대한 만족도는 별 다섯 개 중 다섯 개였다. 그는 "졸업앨범과 달리 학교 전체를 돌아다니며 찍을 수 있어 배경이 다양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독사진 위주가 아니라 친한 사람들과 함께 찍으므로 그들과의 추억이 담긴 것 같아서 좋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고려대에서 졸업을 앞둔 박문정 씨도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학창시절 추억이 많은 친구들을 모아 스냅사진을 찍었다. 박씨는 그 계기에 대해 "휴학을 오래 해서 추억을 함께 쌓은 친구들보다 늦게 졸업을 하게 됐다"며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과 같은 졸업앨범에 실리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졸업앨범보다 스냅사진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서 그는 "동기들이 다 같이 졸업하지 않는다. 졸업앨범을 사더라도 모르는 얼굴이 대부분이고 예전처럼 앨범이 네트워킹의 기능을 하지도 못 한다"고 판단했다. 또 "학교가 임의로 선정한 사진관에서 대량으로 사진을 보정하고 사전에 확인하지 못하는 불편함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스냅사진은 컨셉을 직접 조율할 수도 있고 최종 사진을 받아보기 전까지 몇 번에 피드백을 거치며 수정할 수 있어 선호한다"며 "스냅사진은 파일로 받아볼 수 있어 SNS 등에 사용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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