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장고들어간 황교안…한국당 일각선 "원내입성 못하면 대선 불리해서"
입력 2020-02-07 11:16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황교안 대표에게 오는 10일까지 "종로 출마 혹은 불출마를 결정하라"고 사실상 압박한 데 대해 7일 당 안팎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일 장외투쟁 현장에서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정치권에선 이를 서울 종로 출마에 대한 의지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달 초 황 대표가 서울 양천갑, 용산 등 다른 지역에 후보군으로 참여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는 것이 알려진 직후, 그에 대한 리더십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한국당 공관위에서도 이같은 기류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황 대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공관위가 황 대표에게 "종로 이외의 출마를 고려하려면 차라리 출마를 포기해라"고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일단 '정치 1번지' 종로가 험지 중에서도 험지로 통하는 이유는 '대선 후보 지지도 1위'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일찌감치 도전을 공식화했다는 데 있다. 한국당 내에서도 황 대표의 입장을 이해하는 인사들은 "굳이 여권이 깔아놓은 프레임에 말려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피력하는 중이다. 총선 진두지휘라는 중압감이 있는데, 종로에서의 구도가 더욱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빅매치'를 펼치다가 패배를 할 경우, 당과 개인 양쪽 모두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한국당 소속 A의원은 "대선을 준비하려면 원내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황 대표의 핵심 참모진 가운데선 원내 진입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도 원내 입성을 한 뒤, 대선 주자가 된 것 아니냐"며 "그런 의미를 감안해서 원내 꼭 진입해야겠다는 의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황 대표가 '종로 이외의 당선 가능한 험지'를 찾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전 총리를 제외하더라도 종로는 현재 한국당의 입장에선 '어려운 험지'가 맞다. 지난 20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 3선 출신인 박진 전 의원을 누르고 당내 후보가 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종로 승리가 점쳐졌지만, 결과는 현 정세균 국무총리의 압승으로 나왔다. 여론조사에서도 오세훈 전 시장은 줄곧 우위를 보였기에 정 총리가 "총선 결과로 여론조사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공개 선언할 정도였는데, 결과는 정 총리 선언대로 나왔다. 이 때의 트라우마로 종로는 한국당에 '정확히 알 수 없는 땅'이 됐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선택은 어차피 종로 아니면 불출마 밖에 없다"며 "당대표 거취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에 황 대표가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종로 출마 여부로 논란이 계속되면서 황 대표가 아닌 누가 나오더라도 이 지역의 한국당에 대한 민심이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 1번지인 종로를 뜨거운 공 주고 받듯 떠넘기는 모양새는 지역 주민에게 실망만 주는 효과를 낸다"며 "과거에 보수당이 우세한 지역이었더라고 이미 2번 연속 진보 중진의원을 배출한 곳인데, 강단있는 도전과 믿어달라는 모습이 아니고선 (보수당 쪽에서) 표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로의 민심을 얻기 위해선 차라리 "어떻게 되든 (종로에서) 끝까지 간다"고 천명하고 도전장을 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처럼 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황 대표는 공관위가 전날 종로 출마 혹은 불출마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저는 저 나름대로 한국당의 총선 대승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찾고 있다.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내놨다.
[김명환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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