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K바이오팜과 호텔롯데 등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대어급 기업이 줄줄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선전이 예상되면서 올해 IPO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기업들의 공모금액은 3조5000억원 수준으로 2018년 대비 약 25% 증가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8조~10조원 규모도 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은 22곳(코스피·코스닥 포함)으로 이 중 5곳이 이번 달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공모가를 확정하는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특히 상반기 최대어로는 SK바이오팜이 꼽힌다. SK바이오팜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뒤를 잇는 '초대형주'로 지난해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유가증권시장 공모 절차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선 SK바이오팜이 시가총액 5조원 이상, 공모규모 1조원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으나, 이보다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예측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이와 함께 2조원 대 기업가치를 보유한 CJ 헬스케어도 다시금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올해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이외에도 태광실업,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현대카드 등 최근 실종됐던 1조 원이 넘는 거물급의 등장도 예고돼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대어급 기업의 예상 시가총액을 합하면 18조~20조원에 달한다"며 "시총의 약 20%만 공모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약 8조원 수준이고 여기에 호텔롯데(기업가치 10조원 대)의 재상장이 추진된다면 올해 총 공모금액 규모는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규제로부터 시작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움직임도 국내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IPO 시장을 주도한 소부장 업체들은 정부의 상장 지원 방안 시행에 따라 올해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가 소부장 기업에게는 상장예비심사 기간 단축, 기술특례상장 요건 적용 시 등급 요건 완화 등 우호적인 상장 요건을 제공하는 것도 호재다. 여기에 5G, 자율주행, AI, 스마트폰 등 IT 업황과 반도체 사업 호황에 따라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밝다는 전망치가 나오면서 시장 자금 또한 집중 유입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소부장 신규 상장 1호 기업인 메탈라이프는 1397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높은 관심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올해는 첫 IPO 주자인 머신러닝·빅데이터 전문기업 위세아이텍이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경쟁률 1106대 1을 기록해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1만2000원으로 결정됐고 일반 공모청약 경쟁률도 1000대 1을 가뿐하게 넘기면서 흥행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서남과 레몬 모두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통해 2, 3호 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어 나 연구원은 "신종코로나 국제 비상사태가 선포된 만큼 중국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미 지난달 증시에 일부 악재가 선반영됐기 때문에 IPO 종목들의 수요예측과 상장 후 주가 흐름은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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