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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푸르덴셜생명 M&A 3월 본입찰 확정
입력 2020-02-05 14:46 

[본 기사는 1월 31일(15: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본격적인 실사 작업에 돌입했다. 매각 측은 실사 일정을 감안해 본입찰 시기를 3월 중순으로 소폭 미뤘다. KB금융그룹이 얼마를 써내는 지, 우리금융지주가 참여하는 지의 여부가 거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푸르덴셜 인터내셔널 인슈어런스 홀딩스(Prudential International Insurance Holdings Ltd)는 지난 28일 잠재 매수자들에게 가상데이터룸(VDR)을 개방했다. 예비입찰을 마친 지 12일 만에 실사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매각 측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
적격인수후보군으로 추려진 KB금융지주와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퀴티(IMM PE) 네 곳은 향후 5주 동안에 걸쳐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들은 본입찰 전까지 VDR 실사와 경영진 인터뷰(MP) 등을 통해 거래 완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숏리스트에 포함된 기업 모두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푸본금융그룹을 제외한 4곳 모두가 진성 매수자"라며 "VDR에서 자산을 뜯어본 뒤에야 태세를 전환할 곳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푸르덴셜 본사와 협의해 본입찰 시점을 3월 중순까지 미뤘다. 당초 2월 말에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VDR 일정과 다양한 시나리오가 열려있는 상황을 감안해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참여 여부와 KB금융그룹의 제시 가격(Bidding Price) 두 가지가 이번 거래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 전망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생명보험사가 없어 인수 실익이 높은 편이다. 입찰에 이름을 올린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지주에 컨소시엄을 제안한 바 있어, 뒤늦게나마 합류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설령 푸르덴셜생명을 가져가지 못하더라도, 실사 과정에서 보험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전략을 확립하는 계기도 될 전망이다.

KB금융그룹의 제시 가격에 관심이 쏠리는 건 인수 의지가 가장 높아서다. KB금융그룹은 생명보험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거래 초기부터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현재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자산 규모는 각각 13위, 11위다. 두 곳이 합병을 마치면 업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자산력을 갖추게 된다. 그룹 차원에선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다시 뺏어오는 마중물로서의 의미도 있다. 작년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자산 총계는 각각 545조원, 506조원이다. 2017년까지 KB금융그룹이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며 순위가 뒤바꼈다.
재무적투자자(FI)로 뛰어든 곳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MBK파트너스는 보험사를 인수·매각한 경험이 있어 KB금융지주 못지않은 유력한 인수 후보군이다. 지난 2018년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신한지주에 2조2989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기업공개(IPO)로 대주주 지분율을 낮추며 회수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으며, 경영권 매각에 앞서 거래 사이즈를 줄이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도 했다. 다만 오렌지라이프 매각 당시 신한금융지주와 '2년 간 경업금지' 약정을 맺어 오는 9월 이후 거래를 종결시켜야 한다. 하지만 딜 클로징 기준이 '납입일'인 점을 감안하면 경업금지 조항이 MBK파트너스의 인수에 변수가 되진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IMM PE는 수년 전부터 국내 생명보험업에 관심을 가지고 우량 매물을 계속해서 찾아 왔다. 교보생명 뿐 아니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케이뱅크 등에 투자하며 금융업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왔다. 한앤컴퍼니 역시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금융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이어왔다. 작년 하반기 3조 8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 결성도 마쳐 실탄도 충분한 상황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IMM PE와 MBK파트너스 중 어디와 손을 잡느냐에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아직 지주 차원에서 내부 결정을 마치진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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