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 공포` 떨쳤나…외국인 4천억 순매수
입력 2020-02-04 17:57  | 수정 2020-02-04 19:5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지난달 20일부터 코스피에서 대량 순매도해 온 외국인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4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4876억원이 넘는 물량을 대량 순매수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설 연휴가 끝나고 지난달 28일 문을 열었는데, 이때부터 3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1조4400억원어치를 팔아치울 정도로 매도세가 거셌다. 한국은 증시가 열린 반면, 중국은 춘제 연휴에 신종 코로나 이슈가 더해져 예정보다 길게 주식시장이 쉬면서 한국을 '아시아 헤징'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후 중국 증시가 열흘이 넘는 긴 휴장 끝에 재개장한 3일 중국 상하이종합은 지수가 8% 가까이 폭락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반대급부로 한국 증시는 설 연휴 직후 하루 3%대 하락 등 어려움에서 벗어나 강보합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4일에는 중국 상하이종합도 1% 넘게 뛰어올랐고, 코스피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으며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는 2157.90으로 마감해 전일 대비 1.84%나 올랐다. 전날까지 3000억원어치를 판 외국인은 이날만큼은 대량 매수하며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헤징의 대상으로 한국이 지나치게 '크게' 쓰였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는 증시 하락의 재료가 되긴 하지만, 반도체 등 한국 주식시장을 이끈 대표주는 이로 인한 펀더멘털 하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6만2400원이던 주가가 31일 5만6400원까지 떨어져 열흘 남짓한 기간에 10% 가까운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이후 3일과 4일 연속 상승으로 일부 만회하긴 했지만, 여전히 신종 코로나 사태 본격화 전과 비교하면 6% 가까이 주가가 빠져 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주가는 과도하게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패닉셀링'으로 단기간에 급증한 변동성이 평소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4일 외국인 순매수는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87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코스피에서 주식 2355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상태였지만, 4일 순매수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다시 연간 누적 금액 기준으로도 순매수로 돌아섰다. 선물시장에서도 전날(3일) 1조원 넘는 순매도와 정반대로 4000억원 넘는 순매수로 전환됐다.
유진투자증권이 분석한 결과 1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200 현물 주식과 선물을 통합해 3조5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는 작년 11월 7일~12월 5일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코스피에서 빼낼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 코스피200 현·선물 수급이 과매도 영역에 있기 때문에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옵션시장에서도 외국인은 한국 시장의 하락보다는 중립 또는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코스피200 콜옵션을 8만6252계약까지 누적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 이후 콜옵션을 팔며 28일 기준 누적 순매수 규모를 4만8214계약까지 축소했다. 그러나 중국 증시 개장 이후 4일 기준 콜옵션 누적 순매수는 전 고점을 돌파해 9만3000계약을 넘어섰다.
4일 기점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붙으면 반등할 업종으로는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등 이익 추정치가 상승한 업종 종목이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애초에 신종 코로나로 인한 펀더멘털 부분에서 흔들림이 없었는데도, 전염병 관련 공포감에 타격을 크게 받은 측면이 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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