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확진자들의 동선이 세세하게 공개되면서 어떻게 열흘 전 자신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또 한강 어디 위치의 편의점을 갔는지 알 수 있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카드 결제 정보에 있습니다.
오늘(4일) 각 카드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질병관리본부와 비상연락망 체제를 구축하고 24시간 대응 체제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게 카드 결제 정보를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당초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여신금융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협회에서 각 카드사에 요청해 결제정보를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해오다가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질병관리본부와 카드 사간 '핫라인'이 연결됐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협회에 결제 정보를 처음 요청한 것은 지난달 24일 두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첫 확진자인 중국 국적 여성은 인천국제공항 입국 시 검역단계에서 확인돼 바로 격리됨에 따라 이동 경로를 파악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은 지난 22일 중국 우한을 떠나 상하이를 거쳐 상하이항공 FM823편을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국내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동선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카드사와 질병관리본부 간 협조체제가 이같이 조기에 구축될 수 있었던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후속 대책으로 2016년 1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시행된 덕분입니다.
개정 법률에서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고, 해당 시행령에서 그런 정보로 신용·직불·선불카드 사용명세를 명시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주간에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부서가, 야간에는 승인 담당 부서가 질병관리본부의 정보 제공 요청에 대응합니다.
제공 정보에는 카드 이용명세뿐 아니라 교통카드 정보도 포함돼 있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대개 수사 목적의 정보 제공 요청이 들어오면 순서대로 자료를 주고 있어 회신하는 데 길게는 하루도 걸릴 수 있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엔 바로 응답한다고 카드사들은 전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도 담당 부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상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평일에 오후 9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토·일요일에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임을 고려해 카드사용명세를 즉시 확인 가능한 사람으로 담당 부서장을 정해 즉각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현재까지는 널리 확산하지 않아 기존처럼 전염병, 수사 협조 요청 관련 대응 부서에서 원활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확산 여부에 따라 추가인력 투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