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숙명여대 첫 성전환 합격생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20-02-03 16:22  | 수정 2020-02-03 16:22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렌스젠더가 숙명여대에 정시모집으로 최종 합격한 가운데 해당 학생의 입학에 반발하는 측과 지지하는 측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가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를 두고 입학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작년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은 A씨가 최근 숙명여대 2020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법과대학에 최종 합격한 사실이 지난달 30일 전해졌다. A씨가 성별 정정을 했기 때문에 입학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 앞서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의 기사를 보며 큰 감명을 느꼈다면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실이 알려지자 숙명여대 학내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학생들은 복잡한 심경을 표하면서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껄끄러움과 거부감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학생은 "20여년을 남자로 살아온 사람과 어떻게 기숙사, 화장실을 함께 쓰나"라며 걱정했고 "여성으로 태어나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받아온 사람이 여대에 입학하는 것인데, 지난해까지 남자로 살아온 사람이 꼭 여대에 입학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힌 학생도 있었다.
일부 반대 학생들은 입학처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학교 측에 책임을 묻는가 하면 입학 저지를 위한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 단체 대화방에는 음성, 손 사진 등의 인증을 거친 후 입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대화방의 학생들은 시위, 메일, 전화 등을 이용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는 지난 2일 SNS를 통해 성명을 내고 "그녀(A씨)가 이곳 숙명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라며 무한한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인권위는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여자대학의 핵심 목표"라면서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대에 입학하는 것은 여자대학의 교육 이념 및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고 규정했다.
대학·청년 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도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정의와 사람을 수호하는 법학도의 길에 다가선 그녀의 존재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지지의 뜻을 전했다. 큐브는 "일본에서 오차노미즈여대를 필두로 트랜스젠더 학생의 입학이 당연하게도 '허가'돼가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하며 "한 명의 여성으로서 법학도의 길을 걸을 숙명여대 학생에게 한없는 지지와 응원의 의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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