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BTS도 입었다…`생활한복`이 뜨는 이유
입력 2020-02-03 10:14 
△방탄소년단 지민이 생활한복을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최근 일상 속에서 입는 생활한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mighty_jimin 캡처]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 그들이 입은 옷은 언제나 화제가 된다.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이 입은 고운 선의 '한복'은 단연 가장 이목을 끌었다. 사람들은 이제 일상 속에서 한복을 입는다. 예전처럼 어렵고 복잡한 한복은 아니라 셔츠나 원피스처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우리의 멋을 가진 '생활한복'이 뜨고 있는 것. 특별한 옷이 아닌 자연스런 패션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생활한복. BTS의 옷을 만든 사람과 생활한복을 애용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 BTS 생활한복의 주인공, '리슬'표 생활한복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대표. 황 대표는 지난 2014년 리슬을 론칭해 '예쁘고 편하고 오래가는' 생활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황이슬 대표]
방탄소년단이 입은 생활한복은 '리슬'의 제품이다. 황이슬 리슬 대표는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방탄소년단이 리슬의 옷을 입을지는 몰랐다"며 "셀럽들에 대한 협찬의 경우 실제 착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대의 아이콘이 자신의 옷을 입어주는 것은 디자이너들의 꿈인데 정말 입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소리 지를 듯 좋았다"고 회상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14년 리슬을 론칭했다. 리슬은 저고리와 바지, 치마는 물론 코트나 원피스 등 다양한 형식의 생활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한복이 '생각보다 더 입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을 한 뒤 생활한복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식 등 특별한 이벤트 외에는 사람들이 한복을 찾지 않았고, 심지어 한복집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한복을 입지 않았던 것. 이에 대중화를 위해 평소에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황 대표는 ▲가격 ▲구매방법 ▲스타일 ▲세탁방법 ▲착용방법 총 다섯 가지 요소를 개선해 생활한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전통한복은 맞춤을 해야 해 가격이 올라가고 구매 방법도 어려웠다. 스타일도 한복을 입으면 소위 '한문 선생님 같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일상에서 입기 위해서는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하는 한복의 소재도 바꿔야 했고 어려운 착용법도 개선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황 대표가 추구하게 된 가치는 생활한복이 '예쁘고, 편하고, 오래가는 옷'이어야 한다는 점. 그는 "디자인은 한눈에 감각이 들어와야 한다. 보자마자 '와!' 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는데 한복은 그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면서 "기능성도 갖춰야 한다. 한복은 덥고 춥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복 대중화가 꿈이지만 저가로 저품질의 옷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며 "저렴하게 만들면 한복을 흉내 낼 순 있겠지만 한 철 입고 버려야 한다면 환경적으로도 한복의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 생활한복의 인기, 왜?
△'리슬'의 오프라인 매장. 저고리, 바지를 비롯해 코트, 데님 등 다양한 형식의 생활한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 김형준 인턴기자]
리슬 론칭 후 소비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저고리 4개, 치마 4개로 작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정식 유통 채널을 오픈하자 주문이 쇄도했다. 게다가 SNS는 리슬의 인기에 날개를 달았다. 인기 SNS 페이지에 리슬의 옷들이 소개된 것. 패션 마니아들과 젊은층의 관심은 생활한복으로 쏠렸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면서 "처음보다 10배 이상의 수요가 있어 급하게 팀도 꾸렸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생활한복의 인기에는 공급 측면의 다양화와 젊은 세대의 열린 사고가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복을 만드는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많아졌고 '한복은 이래야 한다'는 정의 없이 하나의 옷으로 바라보는 깨인 세대가 인기를 견인했다는 것. 황 대표는 "한복을 연구하고 선보이는 분들이 많아졌고 패션학도들도 이에 관심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며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것이 더 멋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편견 없이 한복을 패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코디와 여유로움…"생활한복 좋아요!"
△생활한복을 입은 이새롬씨의 모습. 이새롬씨는 3년 전부터 일상 속에서 생활한복을 즐겨 입고 있다. [사진 제공 = 이새롬씨]
생활한복을 입는 사람들은 생활한복에 대해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까.
서울에 사는 이새롬 씨(32)는 매일 생활한복을 입는다. 이씨는 "정말 입지 말아야 할 때만 가끔 양장을 입는다"고 밝혔다. SNS에서 사진을 보고 호기심에 한복을 구입하기 시작한 이씨는 3년째 한복을 입고 있다. 이씨가 처음 한복을 입기 시작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많이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청바지를 입으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많이 좋아해 준다고 전했다.
이씨가 꼽은 생활한복의 매력은 체형에 맞게 입을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코디가 가능한 점. 그는 "기성 블라우스는 신체부위에 따라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로 곤란할 때가 있었지만 생활한복은 그런 점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다"며 "코디도 허리치마의 경우 저고리와도 입을 수 있지만 블라우스, 니트 등 다른 옷들과도 조화롭게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에 사는 명정호 씨(29)도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생활한복을 입고 있다. 명씨는 "영하 3도 이상의 날씨엔 항상 생활한복 코트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주위에서는 '어울린다', '예쁘다'면서 구입 출처를 묻기도 한다는 후문.

명씨가 생각한 생활한복의 매력은 나풀거림과 깃, 옷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었다. 아울러 명씨는 "생활한복을 입으면 어깨가 조금 더 펴지는 것 같다. 뭔가 나쁜 일을 못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며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소비에 대한 보람이 느껴지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명씨는 가격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가격이 아직 비싸다"며 "가격을 저렴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할 텐데 이런 상황은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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