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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캘버트펀드 `ESG` 투자…1년새 33% 수익
입력 2020-02-02 18:26  | 수정 2020-02-02 21:04
전 세계에서 모여든 어큐먼펀드 임직원들이 미국 뉴욕 글로벌 본사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어큐먼펀드]
◆ 2020신년기획 자본시장 혁신 현장을 가다 / ③ 투자 패러다임이 바뀐다 ◆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투자 패러다임이 진화하고 있다.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투자 회사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환경, 의료 등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서 이익도 동시에 추구하는 형태다. 여기에 지속가능한 수익 달성은 필수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번지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한국은 '임팩트 투자'라고도 불리는 투자 세계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 투자 회사들이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아우르는 '혁신'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엘리자 골든 어큐먼펀드(Acumen Fund)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사회적 기업이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에 투자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며 "투자 선정 기준은 사회적 영향, 비용 집행 효율성, 지속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계 벤처캐피털(VC) 어큐먼펀드는 최근 투자금의 2.4배를 회수했다. 인도 태양광 회사 '디라이트디자인(d.light design)'이 4100만달러 규모 5차 펀딩을 받는 데 성공해서다.
디라이트디자인은 전 세계 68개국 9000만명 이상에게 전력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등유에 의지했던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 어큐먼은 투자뿐 아니라 경영 자문 등을 통해서도 디라이트디자인을 지원했다.

이처럼 어큐먼펀드는 '포용적 투자'와 '재무 성과'를 동시에 추구한다. 2001년 설립된 후 저소득 일자리 창출과 물·식량·의약품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생산하는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어큐먼펀드의 누적 투자금액은 1억1700만달러이며 누적 수익률은 약 25%에 달한다. 일자리도 3만개 이상 창출했으며 116개 회사에 투자를 완료했다. 골든 매니저는 "페이션트캐피털(Patient Capital)의 힘은 저소득층이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배움과 경험을 제공하는 곳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션트캐피털은 장기간 인내가 필요한 투자 형태라는 의미로, 임팩트 투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겸 스타트업 엘비스 창업자는 "사회적 가치 해결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에는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페이션트캐피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팩트 투자를 포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선진국에선 대세가 됐다.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은 이른바 '정치 이슈'와 연결돼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ESG 투자는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선입견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정권과 무관하게 ESG가 투자의 기본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수익률이 시장을 뛰어넘는 등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글로벌 ESG 연계 펀드 자산은 8500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협회(GSIA)에 따르면 펀드보다 범위가 확대된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자산은 최근 30조달러를 돌파했다. 2012년 11조달러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에서 ESG 주식 투자로 가장 유명한 회사는 이턴밴스 계열의 자산운용사 캘버트다. 이 회사의 대형주 중심 ESG 펀드는 최근 10년간 수익률 13.91%를 기록하며 미국 대형주 지수(러셀1000) 수익률(13.53%)을 앞섰다. 1년으로 기간을 좁혀도 캘버트 수익률(33.36%)이 벤치마크(31.43%)를 뛰어넘었다.
김창원 이턴밴스 싱가포르법인 상무는 "ESG 투자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면서도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일거삼득이 가능하다는 점이 실제 운용 성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 또는 비즈니스가 대상이다. 주거 환경 개선이나 지구온난화 방지, 의료, 교육 등 기업이 진행하는 '착한 사업'에 투자하면서 지속가능한 수익을 올리는 게 임팩트 투자의 목표다. 임팩트 투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페이션트캐피털이라고도 불린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싱가포르) 팀장 / 정승환(샌프란시스코) 기자 / 진영태(런던) 기자 / 홍혜진(뉴욕·보스턴) 기자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샌프란시스코)][ⓒ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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