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후·전염병·검색어…`대체 데이터` 투자 뜬다
입력 2020-02-02 18:26  | 수정 2020-02-03 18:53
◆ 2020신년기획 / 자본시장 혁신 현장을 가다 / ③ 투자 패러다임이 바뀐다 ◆
# A헤지펀드는 최근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의류 물동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데이터를 입수했다. 중국 의류 수출 회사의 실적 감소를 점칠 수 있는 근거였지만 정기 공시를 통해 실적을 직접 확인하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A헤지펀드는 보유한 중국 의류 수출 회사 B사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B사 주식을 선제적으로 처분했다. 6개월 뒤 B사 정기보고서를 통해 매출 감소가 확정되자 주가는 급락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재무자료를 넘어 다양한 분야 정보를 투자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대체 데이터다. 실적·배당 등 재무제표를 통해 나타나는 정보가 전통 데이터라면, 애초에 투자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취합된 정보가 투자에 활용될 때 이는 대체 데이터로 정의된다.
A헤지펀드 사례에서는 물동량 정보가 대체 데이터에 해당한다. 이 밖에 투자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어, 위성 자료, 기후·전염병 정보 등이 쓰이는 것도 대체 데이터 활용으로 분류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처럼 질병 대유행 예측 데이터도 투자 판단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체 데이터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자 모두 똑같이 참고하는 재무자료만으로 성과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새로운 투자 정보에 대한 갈증을 불렀다.
이 같은 갈증은 액티브 전략을 펼치는 헤지펀드가 가장 강하게 느낀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로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더 정확하고 빠른 투자 결정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로펌 로언스타인샌들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중 80% 이상이 대체 데이터를 투자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가운데 81%가 올해 대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데 예산을 더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체 데이터를 내부화하기 위한 거대 기관의 데이터 제공 업체 인수도 흔한 일이 됐다. S&P글로벌이 2018년 인수한 판지바가 대표적이다. 판지바는 각국 수출입 데이터를 분석해 글로벌 공급망 동향을 읽어내는 대체 데이터 제공 업체다. 짐 소타 판지바 공동창업자는 "14개국 세관에서 입수한 10억개 이상의 무역 거래를 머신러닝을 활용해 분석한다"고 말했다.
판지바의 정보를 받아보는 주요 고객군에는 헤지펀드 등 자산운용사와 대형 보험사, 은행, 미국 정부도 포함돼 있다. 보험사는 공급망 분석을 통해 자연재해나 지정학적 갈등이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수수료 산정에 참고한다. 판지바를 인수한 S&P글로벌은 대체 데이터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 워런 브레이크스톤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MI) 최고상품책임자(CPO)는 "다양한 분야 정보가 융합될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있어 대체 데이터의 중요성은 전통적인 재무 데이터와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올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취재팀 = 남기현(싱가포르) 팀장 / 정승환(샌프란시스코) 기자 / 진영태(런던) 기자 / 홍혜진(뉴욕·보스턴) 기자 /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샌프란시스코)][ⓒ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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