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아파트 너무 올라…단독·다세대 거래 껑충
입력 2020-02-02 18:24 
최근 서울지역 단독·다세대주택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뛰고 정부 규제로 대출까지 힘들어지자 수요자들이 이쪽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건축보다 규제가 느슨한 재개발 투자 차원에서도 자금이 일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작년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주택 거래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에서 단독·다세대주택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4796건으로 전년 동기(2725건) 대비 76% 늘었다. 이는 2018년 9월 5012건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12월 거래량도 436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955건)을 크게 웃돌았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거래량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단독·다가구주택 거래량 역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1259건이 거래되며 전년 동기(757건)보다 66.3% 늘었다. 2018년 8월 1441건 이후 최대 거래량이다. 작년 12월 거래량도 68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602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매매가격도 함께 뛰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조사한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3.4로 전달보다 0.36% 상승했다. 작년 8월 상승 반전한 뒤 매달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단독주택은 0.48% 오르며 지난해 계속 강세를 보였다.
서울 단독·연립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일종의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른 상태에서 정부 대출규제가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집중되자 실수요자들이 눈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단독·연립주택 거래량이 증가한 곳은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서울 성북구와 용산·중랑·동대문구 등 강북권과 금천·은평구 등이다.
함영진 직방 부동산랩장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적은 돈으로도 매입할 수 있는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연립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데는 재개발 투자 수요가 증가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되지 않는 데다 지분 투자를 하면 초기 부담금 역시 적은 편이다. 거래량이 늘어난 지역을 살펴보면 성북구는 장위뉴타운, 용산구는 한남뉴타운 등 재개발 유망 지역을 끼고 있는 사례가 많다.
성북구 장위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된 후 재개발 투자를 노린 소형 연립주택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한남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최근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이 주목받으면서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투자 문의가 들어온다"며 "반면 내놓겠다는 매물은 많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단독·연립주택 거래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긍정적인 쪽은 정부 규제 영향으로 중저가 주택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많다는 부분을 주목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출규제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앞으로 9억원 이하 아파트나 재개발 지분 거래는 꾸준할 것"이라며 "새 아파트 매수가 어려워지자 분양을 노리던 사람들이 재개발 구역 소형주택을 매입하는 수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작년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주택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단독·연립주택만 각광받기에는 장기적으로 무리라는 시각 또한 있다. 규제 풍선효과로 거래량과 집값이 올랐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수요자가 부담을 느껴 분위기가 급반전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1월 서울 내 다세대·연립주택은 1440건이 거래돼 작년 말이나 지난해 1월(2438건)보다 줄어든 상태다. 아직 실거래 신고 기한이 남았기 때문에 정확한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단독·다가구도 지난달 서울에서 130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단독·연립주택은 일부 재개발 지역을 제외하고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주요 타깃"이라며 "정부 규제 영향 등으로 거래량과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장기적으로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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