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종코로나 불안감`글로벌증시 열흘 새 3000조원 증발…中인민은행 1.2조 위안 투입
입력 2020-02-02 15:02  | 수정 2020-02-02 22:57

중국 우한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 불안감이 글로벌 증시를 휩쓸면서 시장 규모가 3000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넘는 하락세를 그으면서 대장주인 애플의 주가가 4.43%나 빠진 가운데 금융 시장 눈길은 오는 3일 개장하는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로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 2016년 1월 1일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가 또다시 발동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섞여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뉴스는 주요국 증시 시가 총액을 분석한 결과 1월 30일 기준 86개국 증시 시총을 모두 합치면 86조6050억 달러로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 20일(89조1560억 달러)보다 2조5510억 달러(약 3047조원·2.86%) 줄었다고 전했다.
나라별로 보면 86개국 중 한국이 4위로 눈에 띄는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 시총이 1조4768억 달러에서 1조3692억 달러로 7.28% 줄어든 결과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만(6.77%)과 태국(-6.72%), 싱가포르(-5.21%), 호주(-4.06%), 일본(-3.02%) 등도 86개국 평균치(2.86%)보다 더 크게 위축됐다.
다만 한국은 1위 베네수엘라(-10.72%)와 칠레(-8.38%), 홍콩(-7.53%) 다음이다. 중국 변수가 금융시장 등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나라들보다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과 달리 베네수엘라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이 -10%선이며 이전부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칠레는 지난해 불평등 시위 이후 최근 제도 개편과정에서 다시 시위·갈등이 불거지고 있고, 홍콩은 중국과 직결된 특별행정구역이다.
한편 '명품·관광'을 비롯해 중국과 교류가 많은 서구권에서도 프랑스(-3.01%)와 독일(-1.93%), 미국(-1.88%), 캐나다(-1.75%) 순으로 각 국 시총이 쪼그라들었다. 조사 대상 86개국 중 시총이 줄어든 나라는 71곳이고 늘어난 나라는 이집트(2.88%)와 덴마크(0.35%), 슬로베니아(0.15%) 등 15곳에 그쳤다.
오는 3일 중국 증시 개장을 앞두고,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3대 증시는 일제히 1%를 훌쩍 넘는 하락폭을 보였다./출처=야후파이낸스
한동안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던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오는 3일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 개장을 앞두고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 21일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우한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나온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같은 달 28일, 애플 실적발표 기대감 속에 3대 증시가 일제히 1%선을 오가는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지난 31일에는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09%)를 비롯해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77%),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1.59%)가 1%이상 빠지며 동반 하락했다.
애플이 1일(현지시간) 부로 오는 9일까지 중국 내 전 매장 임시 폐쇄를 발표한 가운데 1일 텅 빈 애플 중국 매장에서 마스크를 낀 남성이 이마를 짚은 채 앉아있다. /출처=게티이미지·월스트리트저널(WSJ)
지난 달 디즈니, 스타벅스, 맥도날드에 이어 1일, 애플이 중국 전 매장을 임시 폐쇄(2월1~9일)하기로 발표하는 등 중국에 적극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활동을 줄이기로 한 여파다. 최근 주가 급등세로 증시 눈길을 끌고 있는 전기 자동차제조업체 테슬라도 중국 생산·판매 차질 여파를 들며 1분기 실적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우한엑소더스'(대탈출)가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 시장'인 중국 고립으로 이어어지는 모양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중국 경제연구소 플리넘은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탓에 손실액이 620억 달러(약 74조원)에 달하고 1분기 성장률도 2%포인트(p) 줄어들어 4%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고 1일 전했다. 당장은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국 정부가 우한체류 자국민 송환 작업에 들어갔거나 추진키로 한 데 이어 항공사들의 중국 직항 노선 운항 취소, 각 국 정부의 중국인 비자 발급일시 중지·국경 폐쇄 조치가 연일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 불안감이 전세계로 급속히 번지면서 사회연결망(SNS)에는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현지 상황을 알리는 동영상 등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 후베이성 일대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중환자 상태를 들여다보는 모습./출처=트위터 캡쳐
코로나바이러스 여파 탓에 증시와 기업활동과 중국 교류가 위축된 반면 안전 자산으로 통하는 금이나 일본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가 주요 44개국 통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는 1.15%올랐다. 금 현물 가격은 1.32% 상승했다.
반면 한국 원화(-2.26%)와 중국 위안화(-1.65%), 호주 달러화(-1.87%) 가치는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 -5.14%)도 떨어졌다.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중국 내 공장 가동이 오는 9일께까지 중단된 가운데 생산 활동 추가 위축 가능성이 불거진 결과다. 한편에서는 갈 곳을 잃은 단기 자금이 암호화폐에 모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CNN비즈니스는, 지난 한 주 동안 비트코인(XBT) 값은 9300달러로 일주일 만에 10%가까이 올라 연초 기준 2012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부정적인 기류가 갈수록 짙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은 오는 3일 개장하는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일 성명을 내고 "오는 3일부터 역환매조건부약정(역레포?reverse REPO) 방식을 통해 시중에 1조2000억 위안(약 205조 2240억원) 규모 유동성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또 이런 조치 결과 "은행권을 통틀어 전체 유동성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9000억 위안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하락폭이 큰 경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지 여부에 관심을 두기도 한다. 서킷브레이커는 지난 2016년 1월 1일에 도입됐는데, 같은 해 1월 4·6일 발동돼 시장 마비 소동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시장 마비 여파가 주가 폭락을 막으려는 제도 취지보다 더 크자, 중국 정부는 하루 만에 "서킷브레이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는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급등락하는 경우 모든 주식 거래를 15분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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