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상문학상 파문에 `문학사상사 보이콧` 전면 확산
입력 2020-02-02 11:45 
윤이형 소설가가 대상을 수상한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과 관련된 논란으로 파문이 확산 중인 가운데, 다수 소설가와 시인들이 상을 운영하는 문학사상사의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을 향한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과거 이상문학상 대상·우수상을 수상한 소설가도 상당수 포함돼 이번 보이콧 선언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문학사상사는 조만간 입장을 표명하고자 내부 논의를 마무리 중이었으나 이번 보이콧 선언으로 어떤 입장을 낼지 주목된다. 한편, 문학사상사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먹통이 됐다.
2일 문학출판계에 따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1일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됐다.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저작권 논란을 둘러싼 사과와 대책과 해결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의 청탁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해시태그에 동참한 소설가·시인·평론가는 강혜빈 권창섭 권여선 곽민지 구병모 기준영 김겨울(유튜버) 김성신 김이설 김지연 노희준 류시은 류휘석 박상영 박무진 박서련 박선우 서요나 소이연 안보윤 오은 우다영 유수연 이민하 이소연 이원석 이원영 이유운 이희형 장류진 정세랑 정재율 조시현 조해진 차도하 차현지 천희란 최은미 함정임 황정은 희음 등(가나다 순)이다.

'문학사상 보이콧' 의사를 밝힌 문인 중에는 이미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다수다. 권여선 소설가는 2009년 단편 '사랑을 믿다'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권여선 작가는 개인 SNS에서 "윤이형 작가의 글을 읽고 깊이 반성한다. 기수상자로서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제가 부끄럽다"며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했다.
함정임 황정은 김이설 조해진 안보윤 소설가도 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조해진 소설가는 SNS에서 "윤이형 소설가의 고민에 공감을 표하는 것이 좋은 작가 한 명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까봐 두렵다. 그러나 문학사상이 정식으로 사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문학사상사로부터의 모든 업무와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썼다. 월간 문학사상에 글을 연재 중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재하고 있던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남겼다.
문인들의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단편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 작가의 '영구 절필' 선언 때문이다.
작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가인 윤이형 작가는 지난달 31일 SNS에 원고지 27매짜리 입장문을 올리며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영구히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튿날 논란이 확산되자 윤 작가는 "하없이 확장되는 자책과 자기 검열의 연대를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고 싶었고 작가들의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목소리를 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썼다.
문학사상사는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30일 어렵게 연락이 닿은 임지현 문학사상사 대표는 통화에서 "조심스럽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다음주 초 공식적으로 밝히겠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학사상사 측은 현재 대상 및 우수상 수상 작가와 계약상의 조율을 진행 중이며 수상작가 명단과 작품은 이달 중으로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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